한국여자축구연맹의 오규상 회장이 다음 시즌부터 WK리그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연맹의 인력 및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오 회장은 “지금이 변화의 적기”라며, WK리그와 연맹의 분리를 고려해왔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순수 아마추어 단체였다”며 “사실상 프로인 WK리그를 맡아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소년 선수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 오 회장은 2008년부터 연맹을 이끌어온 인물로, 연임 신청이 승인된 상태에서 5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WK리그는 16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최근 재정적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리그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천 대교의 해체 이후 창녕WFC 운영을 맡으면서 발생한 재정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이 줄어들고, 코로나19로 인해 후원사들이 이탈하면서 연맹의 재정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1년까지 매년 30억원가량이 유지되던 보조금은 2022년 25억원, 지난해에는 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창녕군에 따르면 구단 운영에 매년 최소 12억원이 소요되며, 연맹이 부담해야 할 몫은 매년 수억원에 달한다. 올해에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7억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여전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WK리그는 창립 이래로 수익 모델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중 동원력도 낮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 시즌 WK리그의 평균 관중 수는 261명에 불과하며, 창녕WFC는 평균 146명에 그쳤다.
오 회장은 지난 해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 회장과 접촉해 WK리그 운영 권한을 이양할 가능성도 고려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WK리그의 새로운 운영 주체를 찾는 것이 축구계의 과제로 남았다. 대한축구협회가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 회장은 향후 연맹을 순수 아마추어 단체로 탈바꿈시키고, WK리그 운영에 들어가던 자금을 행정 역량 강화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면 지금이 적기”라며, 축구협회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WK리그의 운영 주체가 불투명해지면서, 2009년부터 200명가량의 선수가 활약하는 리그의 안정성 또한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오 회장은 “우리가 고치고, 반성해야 할 점이 많지만, 이런 식으로 이어가는 건 이제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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