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노동자들을 대변해 싸워와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전태일 열사 54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전태일재단은 13일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에서 제54주기 전태일 열사 추도식과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전태일 추도식은 나눔과 연대의 전태일 정신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자 매년 전태일 열사 기일인 11월 13일에 진행된다. 올해 제54주기 전태일 추도식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 전태일재단 임현재 이사장 직무대행은 “한국 노동자의 영원한 표상으로 남은 전태일을 되새기기 위해서, 또 노동자의 권리와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전태일의 정신을 오늘날에도 이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추도식에서 추모기도는 박승렬 목사가 맡았으며 추모공연은 종합예술단 봄날과 전태일이소선 장학생 권도엽 학생의 자작 랩으로 채워졌다.
이번 추도식에서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이 추도사를 맡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은 “현재는 기후위기, AI와 플랫폼 노동의 도입 등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탐해 노동 기본권마저 위협받는 시기”라며 “윤석열 정권은 퇴행의 폭주기관차가 돼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노동자 민중에게 저항의 불씨가 됐듯 우리의 투쟁이 윤석열 정권의 퇴진과 한국사회 대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싸워나가고 있다”며 “법과 제도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온전히 보존하는 세상, 국가와 사회가 민중을 위해 존재하고 작동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전태일 열사가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기 위해 불꽃으로 타오른 지 54년이 됐다”며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기후위기와 급격한 산업 전환이라는 복합적 위기의 터널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정치, 사회,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또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가짜 3.3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 취약계층 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정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며 “한국노총은 버스비를 아껴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몇 시간을 걸어서 집에 갔던 청년 전태일의 따뜻한 나눔 정신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노조법 2·3조 개정 재추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플랫폼·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 사회보험 전면 적용 등 하청 노동자 및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노동권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한국노총의 입장이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은 “전태일, 이소선 열사의 노고가 노조를 활성화하게 됐고 그것이 마중물 돼 아들 용균이의 부당한 죽음으로부터 부족하나마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었다”며 “전태일, 이소선 열사의 정신 계승은 노동 약자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권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사안에 다가서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것이 평생을 노동 약자들의 편에서 힘겹게 싸우다 돌아가신 두 분과 모든 열사들이 바라는 올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하며 추도식에 경건한 마음으로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유족 인사도 이어졌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이날은 1970년 11월 13일 이후와 이전이 서로 만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가 가는 길이 동트는 아침처럼 새로 시작하는, 노동의 새벽을 여는 날처럼 밝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54주기 전태일 추도식에서는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도 함께 전개됐다. 제32회 전태일노동상은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김태윤 공동대표가 수상했다.
김 대표는 노동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로 청주와 충북에서 장기간 노동뿐만 아니라 여성과 돌봄, 언론, 문화예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특히 지난 6월 24일 아리셀 공장 화재 발생 이후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불법파견의 사고 구조 원인과 군납비리 의혹 등을 밝히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특별상은 오자와 다카시와 오자와 쿠미코 부부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1989년 한국수미다노조의 일본 원정 투쟁부터 일본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지역사회를 구성해 한국 노동자와 연대했다.
추모식과 시상식이 마친 뒤 참석자들은 분향 및 헌화를 하며 전태일 열사를 한 마음으로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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