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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기자의 스포츠인] 최초의 셀틱FC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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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석 전 인천대 감독./ 사진제공=전형찬

김시석(61)은 축구판의 신사다. 인천대학교에서만 15년을 감독으로 봉직했다. 인천 서암초등학교와 광성중학교를 나온 인천 토박이다.

– 축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감독 선생님이 오시면서 팀을 창단해서 그해 겨울에 축구부에 들어갔다.”

– 고등학교는 김포 통진종고로 갔다.

“그때는 인천광역시가 아니고 경기도 인천 시절이다. 인천시에는 고등학교 팀이 없었다. 그래서 동기들이 안양이나 김포로 많이 갔다.”

– 통진고 출신 유명 선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광종 감독, 지금 전북 감독하는 김두현 등이 통진이 배출한 스타 축구인이다.”

– 인천대학교 창단 멤버로 갔다.

“고 2때 진주 MBC 4강을 갔는데 3학년 때는 8강밖에 못 해서 특기생 진학 길이 막혔다. 마침 인천대학교가 창단해서 한숨 놓았다.”

– 인천대는 선수 공개 모집 테스트를 열어서 화제를 모았다.

“상당수는 미리 다 뽑아놓았다. 나머지 여러 자리는 완전 공개경쟁으로 선발했다. 그때 동기가 구상범, 최윤겸, 이종화, 쌍둥이 권재한 권재현 등이다.”

– 인천대는 창단 첫 해부터 성적이 좋았다.

“첫해 1982년 대학연맹전, 춘계연맹전에서 준우승하고 가을에 우승하고 그다음에 12월에 인도 D.C.M배 출전해 우승했다. 파란을 많이 일으켰다. 임창수 감독님이 타 팀보다 훈련을 많이 시켰다. 혹독한 훈련도 했다.”

– D.C.M 배는 어떻게 나가게 된 건가.

“부산에서 열렸던 대학선수권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했다. 한양대, 고대, 국민은행, 해군, 인천대, 명지대 등이 이 대회 출전 기록이 있다. 우리 상대팀은 다 인도 프로팀이었다.”

– 1학년만 있는 팀이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은.

“사연 많은 선수가 모여있어서 응집력이 좋았다. 다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정신력이라든가 활동량이 월등한 팀이었다. 융합도 잘 됐다.”

– 대학 졸업 후에는 상무를 갔다.

“1985년 입대, 1987년 제대다. 제대 후에는 안정된 직장을 원해서 할렐루야 축구단에 입단했다.”

– 상무 시절 같이 뛰었던 선수는.

“K리그 초창기 골잡이 대우의 고(故) 이춘석, 프로축구 첫 헤트트릭의 주인공 포항제철의 김희철, K리그 원년멤버 국민은행의 이성길 같은 선배님이 계셨다.”

– 할렐루야는 원년 우승팀이지만, 그때는 프로에서 내려와 실업 축구팀이었다.

“맞다. 전 축구협회장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님이 여전히 구단주였다. 선수 은퇴하면 회사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직책도 주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했다.”

– 그래서 생활인을 택했나.

“프로에 가서 월등히 잘하면 오래 할 수 있고 큰 돈도 벌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수준의 선수가 아니었다. 프로에 갔다면 1~2년 사이에 방출되었을 거다. 그래서 안정된 직장을 택한 거다.”

– 신동아 그룹에서 일자리 알선해준 건가.

“선수들이 다 신동아 그룹사 소속이었다. 은퇴하고 나면 원하는 회사, 원하는 부서에 들어갈 수 있었다.”

– 그래서 은퇴 후 어디로 갔나.

“신동아화재 강남 보상사무소다. 자동차 보험 보상하는 곳이다.”

결혼은 언제 했나.

“1989년도에 했다. 할렐루야에서 선수로 뛸 때다.”

– 어떻게 만났나.

“제 선배님 동생이다. 교회에서 만나 7년 정도 연애하고 결혼했다.”

– 사모님이 ‘직장생활을 꼭 해야 인생을 길게 살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질문한 거다.

“제 와이프가 공무원이었다. 은퇴하고 바로 지도자를 하려고 했는데 말리더라. ‘그건 당신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운동 세계에만 있었으니 세상을 너무 모르지 않나. 그러니까 세상을 좀 알려면 축구계 밖의 일반 사람들도 좀 만나라.’ 그래서 2년 근무하고 세상을 배운 뒤 지도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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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석은 지금도 축구를 한다. 서울시 서초구 60대 대표팀 주전 수비수다./ 사진제공=전형찬

– 직장 생활은 재미있었나.

“신동아화재 들어가서 정말 신나게 일했다. 근무 평가도 좋았다. 자동차 보상과는 업무 속성이 활동적이다. 현장도 가고, 사무도 보고 그러면서 사람들도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났다.”

– 직접 영업도 했나.

“영업은 안 하고 자동차 사고 나면 처리해 주는 업무였다. 사고 처리하려면 순발력과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해야 했다.”

– ‘시험 1등’은 무슨 얘기인가.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으셨나. 보험감독원 가서 시험 보고 여러 번 1등하고 돌아왔다. 운이 좋았다. 운동하던 친구가 성적이 좋다고 윗분들이 의아해하시면서도 대견하게 봐주셨다. 배당받은 자동차 보상 건도 늘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 그런데 사표를 냈다.

“축구 지도자 하고 싶어서 그만둔다고 하니 부장님이 와이프한테 전화했다. 그만 못 두게 하라고.”

– 바로 퇴사했나.

“아니다. 인사부장님도 전화해서 직장생활 잘하고 고과평점도 높은데 왜 그만두냐고 했다. 원하는 부서로 발령 내준다고 유혹(?)도 하셨다.”

– 그래도 지도자로 갔다. 1994년이다.

“마침 인천 부평동중에 감독 자리가 났다. 오랜 꿈을 더 미룰 수 없어서 아내를 설득하고 회사를 나왔다. 그때부터 지도자 길로 들어갔다.”

– 부평동중 제자가 어마어마하다. 김정우, 이천수, 조용형, 박용호다.

“그 친구들을 3년 동안 쭉 가르쳤다. 제가 모은 선수들이다. 조영형은 다른 지역에 있었는데 제가 인천으로 데리고 왔다.”

– 어떻게 이런 미래의 대표선수들을 대거 데려왔나.

“제 자랑은 아니지만, 선수들 보는 눈, 플레이를 읽는 눈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자동차 사고 처리할 때 상황을 정밀하게 살펴본 덕인지도 모른다. 하하.”

– 어떤 선수들이 성공하나.

“어린 시절을 보면, 성실하고 끈기 있는 선수들이 성공하더라. 또 재능이 있고 몸과 마음이 부드러운 친구들도 성공한다.”

– 제자들 어린 시절의 일화를 들려달라.

“천수는 굉장히 악착같고 근성과 투지가 남달랐다. 정우는 하다가 힘드니까 중간에 축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집에 가서 설득해서 데리고 왔다. 섬세한 성품이고 내성적이라 말을 잘 안 했다.”

– 그래서 ‘뼈정우’는 경기할 때 궂은일을 다 하는 스타일로 발전한 건가.

“중학교 선수를 지도할 때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주고 또 달래주고 해야 한다. 김정우 선수는 지구력과 테크닉이 좋고 머리가 명석하다. 그래서 대성하겠다 싶어서 설득한 거다.”

– 자질이 부족하면 설득 안 하나.

“설득한다. 빨리 그만두고 공부하라고. 대학 감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기억나는 제자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첫 제자인 이천수, 김정우 이런 친구들이다.”

– 풍운아 이천수는 자기 생애에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김시석 감독을 꼽았다.

“천수는 중학교 때 진짜 운동 많이 했다. 혼자 남아서 슈팅 때리고, ‘너 프리킥만 가다듬으면 100% 대표 선수 된다’라고 했더니 부단히 노력해서 수준을 높이더라. 저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고 그랬는데 제가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 뭔가.

“천수가 볼을 좀 차니까 어떻게 보면 지도자들이 천수한테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게 좀 안타깝더라. 스페인 갔다 와서 제가 인천유나이티드 코치할 때 인사 왔는데 문신을 새기고 와서 저한테 몹시 혼났다.”

– 지금도 연락하나.

“스페인 시절엔 통화도 자주 했다. 제가 성실치 못한 걸 용납 못하고 천수한테 싫은 소리도 많이 했다. 저를 보면 약간 무서워한다. 그래서 도망(?) 다닌다. 그렇지 않았어도 됐는데, 그런 모습이 좀 안타깝다.”

– 여러 곳에서 지도자로 일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은.

“그래도 인천대학교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인천대에 있다가 프로에 갔다가 10년 만에 다시 인천대학교가 왔는데 그때는 인천대학교가 완전히 하위권으로 떨어져 있었다. 춘계, 추계대회 다 예선 탈락했다. 그런데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었다.”

– 어떤 일인가.

“부임 직전 여름휴가 때 태백에 가서 추계연맹전을 봤다. 다른 팀 학부형들이 ‘인천대학교는 마발이야’라고 하더라. 개발, 소발, 마발의 그 ‘마발’이다. 공 못 찬다는 축구계 은어다. 팀을 잘 살려놓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들었다.”

– 선수들 미래를 위해서인가.

“아이들이 성장해서 자기들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 그해 10월에 전국체전 가서 결승 가고 그다음에 우승하니 아이들 자부심이나 자긍심, 자존감이 올라갔다. 그렇게 성장해서 프로팀 가서 활약하니 마음이 아주 좋았다.”

– 불과 몇 달 사이에 팀을 빠르게 수습한 비결이라면.

“아이들한테 자긍심을 심어줬고 패배 의식을 걷어냈다. ‘내가 있는 팀이 제일 좋은 팀이라 생각하고, 자부심 가지고 운동 열심히 하자’고 했다. 운동 빡세게 시켰다. 그래서 고등학교 선수들은 안 오려고 했는데 부모님들은 아주 좋아하셨다.”

– 반발은 없었나.

“없었다. 자기들한테 도움 주려고 하는 거지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다들 알았다. 어차피 축구로 대학교까지 왔으면, 축구로 먹고 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재미 삼아서 하는 친구들은 앞길 생각해서 빨리 다른 길 가라고 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사회에 나가서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으라고 했다.”

– 축구에 올인하는 친구들에겐 뭐라고 했나.

“이왕 축구할 거면 도전해보자. 해서 안 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도록 정신력도, 체력도 길러주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다. 그러니 같이 열심히 해보자. 다행히 아이들이 잘 성장해 줬다.”

– 셀틱 FC는 어떻게 가게 됐나.

“인천 유나이티드 시절 연수를 보내주셨다. 2008년 1년 동안 있었다.”

– 차두리, 기성용 이전에 김시석이 있었다.

“처음엔 인정을 못 받았다. 그때만 해도 유럽 축구계는 아시아를 변방으로 취금했다. 제가 120년 만에 첫 스태프였다. 처음엔 관광객 취급이었는데 성실하게 일하니 자리를 내줬다.”

– 셀틱에선 벤치에도 앉았나.

“벤치 바로 뒤쪽에 앉아 있었다. 훈련도 같이하고, 원정경기도 동행했다. 저에게는 굉장한 행운이었다.”

– 한국 선수 스카우트에도 관여했나. 기성용과 차두리가 셀틱에서 뛰었다.

“김정우 선수가 그때 일본 J리그 나고야 그람퍼스 소속이어서 추천했는데 스카우트까지 가지는 않았다. 연수 끝내고 귀국했는데 존박이라는 디렉터가 한국에 온다고 연락했다. 기성용 선수 보러 온 거다. 나름대로 열심히 기성용 선수 장점을 홍보했다.”

– 기성용을 추천한 건가.

“추천은 안 했다. 그쪽에서 먼저 관심을 보여서 유럽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선수라고 했다. 자기들이 먼저 연구하고 검토하고 저한테 온 거다.”

– 스카우트에 도움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셀틱 관계자가 한국에 왔을 때 제가 같이 동행해 FC 서울에 갔다. 허창수회장님도 같이 만났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 셀틱 FC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심리적인 것, 훈련 세션, 생활 방식 등이다. 동영상을 다 찍어왔다. 심리적인 부분은 선수들 멘탈만이 아니고 선수와 지도자 간의 관계도 포함이다.”

– 유소년팀은 안 가봤나.

“제일 많이 가봤다. 그래서 유소년 아이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관찰했다.”

– 글라스고 더비가 펼쳐지면 지금도 셀틱을 응원하나.

“물론이다. 저는 셀틱맨이다. 제집이 레인저스 스타디움 바로 앞이었는데, 경기 하는 날이면 전쟁터를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 실제로 경기도 전쟁처럼 한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우리나라하고 좀 다르더라. 선수가 좀 느슨하게 한다든가 누워서 아프다고 안 일어나면 관중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칭찬이 쏟아진다. 죽어라고 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유럽 축구 문화 가운데 가장 부러웠던 점은.

“관중과 시설이다. 클럽하우스 보면 너무 부러웠다. 연습장인데도 눈이 내리면 피치 밑 난방시설을 가동해 잔디가 늘 뽀송뽀송했다. 정규 규격 운동장만 10개가 넘는데 관리 상태도 늘 최고였다. 숙소도 훌륭했다. 구단은 축구로 돈을 벌고, 관중은 축구장 가기 위해 돈을 버는 그런 문화 같은 것이 있었다.”

– 좋은 지도자라는 건 어떤 지도자인가.

“제가 보기에는 선수들 마음을 잘 읽고 선수 구성에 맞게 전략을 잘 짜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다.”

– 좋은 프로구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구단이 좋은 프로구단인가.

“돈 효율적으로 쓰고 좋은 결과를 내고 또 팬들한테 호응받는 구단이 제일 좋은 구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승에 도전할 전력이 아니면 다른 길도 찾아야 한다. 시민구단 같은 경우는 재정적으로 기업구단보다 넉넉하지 않으니 아이들 잘 성장시켜서 이적시키고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도 좋겠다. 그런 셀링 클럽도 나오고, K리그가 다양화되어야 한다. 구단들이 투자 대비 성과를 내야 한국 축구에 미래가 있다.”

▲ 김시석은
서암초, 광성중, 통진종고, 인천대를 나온 인천 토박이 축구인이다. 대학 졸업 후 상무(1985~1987), 할렐루야(1987~1993)에서 뛰었다.부평동중 감독(1994~96)을 시작으로 할렐루야 수석코치(1997~1998), 서울공고 감독(1999~2000), 인천대 감독(2000~2003)을 역임하고 인천 유나이티드 수석코치(2004~2007)를 지냈다. 스코틀랜드 셀틱FC에서 코치 연수하고(2008) 인천 유나이티드로 복귀해 유소년 총괄(2009~2010)로 일한 뒤 모교 인천대로 복귀, 2013년부터 10년 간 감독으로 봉사했다. 2023년 정년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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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석 전 인천대 감독(오른쪽)과 장원재 전문기자/ 사진제공=전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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