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며 선박 수출과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7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 협약(MSRA) 체결 이후 4개월 만에 2건의 미 함정 MRO 사업을 따냈다. MSRA는 미 함정의 MRO를 위해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협약이다. 미 함정 MRO 사업 참여를 위해선 MSRA를 우선 체결해야 한다.
앞서 한화오션은 8월28일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의 MR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어 3개월 뒤인 11월 12일에는 미 해군 7함대 급유함인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이로써 한화오션은 올해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에서 발주한 MRO 사업 2건을 모두 수주하게 됐다.
한화오션은 그동안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 한화오션은 올해 1월 MSRA 신청 이후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인증 기간을 7개월로 단축시켰다. 그 사이 올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Philly)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본격 진출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7월 한화오션 보다 앞서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MSRA를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25년부터 미 함정 MRO 사업 수주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공들인 미 MRO 사업 진출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 조선업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국 조선사에 더욱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정 분야 외에도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녹색 정책에 따라 신규 LNG 수출 프로젝트 허가를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원유, LNG 운송량 증가로 한국 조선사들의 유조선, LNG운반선 수주 증가세를 기대할 수 있다.
삼정KPMG는 “향후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LNG·액화석유가스(LPG) 수요·수출이 증가할 전망이다”며 “이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릿지 에너지(Bridge Energy)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정KPMG는 LNG 해상 물동량 수요가 2021년 3억8000만톤(t)에서 오는 2025년 4억41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LNG 수출량은 6900만t에서 1억200만t으로 상승을 예상했다.
같은 기간 LPG 해상 물동량 역시 1억1300만t에서 1억3800만t으로, 미국의 LPG 수출량이 5000만t에서 65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한국 조선업계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석연료에 대한 제한을 많이 풀게 된다면 LNG 등 화석연료 운반선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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