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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참패·트럼프 귀환에 엔화 ‘휘청’… 엔캐리 부활 가능성 ‘쑥’

조선비즈 조회수  

자민당의 선거 참패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엔화가치가 출렁이고 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당선되면서 엔화 약세를 자극할 요인은 늘어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청산됐던 엔(円) 케리 트레이드가 부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27일 진행된 일본 중의원 선거와 이달 7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급등하고 있다. 지난 28일 환율(오전 8시 10분 기준)은 전일(151.66엔)보다 1.18엔 오른 152.84엔으로 집계됐고, 7일에는 154.39엔으로 급등했다가 11일 152.89엔으로 소폭 내렸다. 환율이 153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월 30일(153.82엔) 이후 3개월 만이다.

◇ 선거 참패로 ‘여소야대’ 정국 … 엔화 출렁

엔화 약세는 일본 자민당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전체 465석의 과반인 233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중의원이 여소야대 구조로 재편되면서 이시바 내각이 ‘식물 내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예산안이나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야당 협력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1일 도쿄 총리실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1일 도쿄 총리실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저금리와 엔화 약세를 토대로 하는 아베노믹스 정책에 반대하면서 금리 인상을 통한 금융 정상화를 선호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2012년 이후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한 정책에서 선회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엔화 가치가 치솟는 등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러나 예상 밖 선거 결과로 인해 시장의 기대는 사그라졌다.

최근에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엔화 약세는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인 대규모 감세와 보편적 관세(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매기는 것)가 실현되면 미국의 수입물가가 높아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어려워진다. 이는 달러 강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라졌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엔화 약세를 타고 부활할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 등 통화를 빌려 달러나 멕시코 페소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보여주는 비상업적(투기적) 목적의 엔화 순포지션(매수약정-매도약정)도 순매도로 돌아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엔화 순포지션은 지난 8월 13일 순매수(2만3000계약)로 돌아선 지 두달 여 만인 지난달 29일 순매도(2만4000계약)로 전환됐다. 순포지션이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것은 엔화를 팔아 다른 통화를 매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되살아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일간 금리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지지 않는다고 하면 엔 캐리를 할 유인이 생길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당선돼서 달러 강세가 심화된다면 당연히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예전만큼 엔캐리 규모 늘어나긴 쉽지 않을 것”

다만 아직까지는 엔화 약세가 심해지더라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예전처럼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지난 8월 5일 불거진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미 상당폭 청산돼 단기간에 대폭 확대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BOJ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엔화를 매수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심해져서 숏(short·매도) 포지션이 쌓여가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날 위험이 커진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의 통화정책이 정상화 궤도로 이미 진입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라면서 “되돌려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지속되기는 할 것 같다”면서도 “(투기적 수요가)가장 심했던 시기만큼 규모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BOJ도 양적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엔화가 이 정도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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