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야구의 월드컵’을 표방하며 개최된 가운데, 대회 운영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대만과의 첫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던 중, 대만야구협회 직원의 딸이 훈련장에 나타나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지난 8일 대만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타이베이돔에서 훈련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훈련 중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그라운드를 자유롭게 오가며 공을 던지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아이는 목에 프리미어12 대회 전 구역 출입증(AD 카드)을 걸고 있었으며, 이는 경기장 출입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아이의 정체는 대만야구협회 직원의 딸로 확인되었으며, 훈련 내내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이 목격됐다. 더욱이 그 시간 동안 아이의 어머니와 언니는 타이베이돔 귀빈실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대회 운영의 기본적인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WBSC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대회 운영의 혼란이 이어졌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에 시작될 예정이던 기자회견은 10분 이상 지연되었으며, 귀빈 인사말이 30분 가까이 이어진 후에야 감독과 주장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한국, 대만, 쿠바, 도미니카공화국의 대표팀이 참석했지만, 일본과 호주는 따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불참했다.
기자회견 진행 방식 또한 비효율적이었다. 사회자가 각 감독과 주장에게 하나씩만 질문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단에 대한 질의응답은 스페인어와 중국어로만 진행되었다. 한국어 통역은 물론 영어 통역조차 제공되지 않아 한국 취재진은 다른 출전국 선수단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4개국 선수단이 마이크를 잡은 시간은 총 10분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자회견 진행 방식에 대해 류중일 감독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과 대만은 13일 선발 투수를 발표하기로 합의했으나, 대만 측은 기자회견에서 선발 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BO 사무국 관계자는 “대만 대표팀은 기자회견에서 선발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으며, 이는 B조 감독 회의에서의 의견 교환 중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었음을 알렸다.
결국 류 감독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 기자들에게 고영표(kt wiz)가 선발로 나선다고 알렸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WBSC의 대회 운영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러운지를 여실히 드러내며, 대회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프리미어12는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대회인 만큼, 향후 대회 운영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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