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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尹정권, 보수언론·경찰 업고 맹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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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무장한 경찰들이 ‘2024 전국 노동자대회, 1차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을 진압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제공
▲지난 9일 무장한 경찰들이 ‘2024 전국 노동자대회, 1차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을 진압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주말 ‘윤석열 정권 퇴진’ 요구를 걸고 개최한 ‘2024 전태일 열사 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총궐기’에 주최측 추산 10만여 명(경찰 추산 3만 명)이 모였다. 일부 언론이 ‘불법집회’라는 경찰 입장을 되풀이한 가운데, 경찰의 무리한 집회장소 제한과 과잉진압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9일 집회 직후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총이 도심권에서 벌인 집회가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 집회로 변질돼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법을 사전 기획하고 현장 선동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1일 사설 「정치 투쟁 올라타고 다시 고개 드는 민노총 폭력」에서 정부를 향해 더욱 강경한 진압을 주문했다. “불법 폭력 집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엄정한 법 집행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집회는 보장하되 불법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반발이 있을 것이고, 각종 사고를 유도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신문 1면에 집회 참여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도로가 혼잡한 장면 사진을, 3면에는 “참가자들이 경찰관들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기사를 배치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 있던 참여자들은 경찰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집회를 좁은 장소로 제한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한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연맹 남정수 교육선전실장은 통화에서 “본대회 장소에 들어올 때쯤 이미 집회 장소는 꽉 차 있었다. 경찰이 주차해뒀던 무대 옆쪽 차선을 내어주면서 조합원들이 그곳에 앉았는데 경찰이 다시 밀고 들어왔다. 반발하는 조합원은 끄집어내 연행했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9일 서울 도심에서 10만 여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노동과세계 제공
▲민주노총이 9일 서울 도심에서 10만 여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노동과세계 제공

남 실장은 “보도들은 실제 전개된 상황을 파악 못 하고 충돌만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집회 범위를 벗어났느냐가 아니라, 경찰이 위법 논란이 있는 집회 제한 통고를 하면서 평화롭게 진행되던 집회장을 침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금지·제한 통고란 집회신고자에게 경찰청장 권한으로 집회 장소 등을 제한하거나 금지 통고하는 제도다. 한국의 집회·시위 제도가 ‘형식상 신고제, 사실상 허가제’라고 여겨지는 주 요인이다.

경찰의 밝힌 ‘기획 선동’ 입장문과 달리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의 도발에 반응하지 말라’고 말한 점도 확인된다. 양 위원장은 대회사 도중 “무대 앞에 와서 경찰들이 집회장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 방해를 중단하고 즉시 물러나기를 바란다”며 “조합원 동지들 그 자리에 앉아달라. 다투지 말고, 경찰이 도발하는 것에 응하지 말고 앉아달라”고 했다.

경찰이 주최측과 사전 협의한 경로를 막아섰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른 연행자가 나온 건설산업연맹의 경우 경찰이 행진 경로를 바꿀 것을 제한 통고해 이에 협조했다. 참가자들이 통고에 따라 ‘ㄷ’자 우회를 마치고 대한문 부근에 오자 경찰이 차벽을 세워둔 채 가로막았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당시 경찰은 막아선 이유를 설명하거나 협조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태승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경찰이 집회 제한 통고로 직접 골라준 행진로였는데도 병력으로 대오를 막아섰다”며 “이번 사건 본질은 집회·시위 탄압”이라고 했다.

▲9일 무장한 경찰 대오가 ‘2024 전국 노동자대회, 1차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행진경로에 서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9일 무장한 경찰 대오가 ‘2024 전국 노동자대회, 1차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행진경로에 서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민주노총은 11일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이 경찰 폭력과 보수언론을 등에 업고 민주노총에 대해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규정했다. 전호일 대변인은 “당초 8만 명으로 집회 신고했으나 경찰은 규모에 걸맞은 공간을 보장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헬멧에 진압복, 진압봉으로 무장하고 들어왔다”며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를 치고, 탄핵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대규모 집회에 처음부터 폭력 진압을 의도했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매도하면서 퇴진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의도”라고 했다.

오민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통화에서 “경찰은 이날 다른 대규모 집회엔 무장 투입되지 않았던 반면 민주노총 집회엔 진압복과 방패로 중무장하고 등장했다”며 “처음부터 진압과 해산으로 대응 기조를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우 집회는 ‘하려는 사람’과 ‘못하게 하려는 사람’의 구도가 된다. 경찰이 이런 충돌 상황의 맥락을 밝히지 않은 채 ‘기획선동’을 주장하는 것은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했다.

김종서 배재대 경찰법학과 명예교수는 “기존 집회 공간이 인파를 감당 못하면 공간을 추가 확보해주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며 “예상 인파보다 적은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제한하고 ‘벗어나면 진압하겠다’는 태도는 사실 폭력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집회를 사전신고제로 운용하며 금지 통고를 하고, 집회를 강행하면 강제해산과 처벌이 뒤따르는 사실상 허가제다. 허가제는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민주노총·전국민중행동·진보대학생넷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한 집회 참여자 일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11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11일 6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해 검찰이 4명에 대해 청구했고 법원이 12일 전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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