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이재명 때리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기조를 전환해 당정 균열을 봉합하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습이다. 친한(한동훈)계 인사들도 이에 발맞춰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저지를 위한 단일대오에 합류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 선고를 사흘 앞둔 12일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주말마다 장외집회를 열어 민생 현장의 혼란을 자초하고, 국회에선 예산 편성 등을 무기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해 맹폭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예고한 3차 장외집회 개최일은 대입 논술시험 전날이라며 “주택가, 학원가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상식적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할지, 얼마나 짜증 날지 민주당이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 대해 선심성 예산을 던지면서도 법관을 비하하는 막말을 내뱉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시위까지 한다”며 “이 모든 일들이 정당하고 공정한 판결을 막기 위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민주당이 추진한 ‘이 대표 무죄 촉구 탄원서’의 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 지지 세력이 온라인에서 모았다는 (서명에) 숫자를 조작한 흔적도 드러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이 대표 무죄판결 촉구 탄원 서명시스템은 무작위 중복 참여가 가능하고 가명 등을 통해 허수 참여도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이 현재 검사를 겁박하기 위한 ‘법왜곡죄’를 독단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법 방해죄’ 신설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표 1심 선고 생중계’도 거듭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 대표의 ‘1심 선고 생중계 요구’ 피켓 시위 중인 진종오 최고위원을 격려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 내외를 향한 쓴소리를 자제하고 대야(對野) 공세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나흘 연속 페이스북에 이 대표 1심 선고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민주당의 장외집회를 이 대표 방탄을 위한 ‘판사 겁박 무력시위’로 규정하고 민주당을 향해 ‘1심 선고 생중계’를 요구했다. 이날은 장외집회일이 대입 논술고사일과 겹쳐 학생과 학부모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집회 중단’을 압박했다. 오는 15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전까지 대야 공세에 당력을 집중해 여권 공멸 우려를 수습하는 한편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친한계 “당 동요 전혀 없을 것”…’김건희 특검법’ 단일대오
한 대표가 ‘대야 공세’ 기조로 전환하면서 여권은 ‘김건희 특검법’ 방어를 위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선 13개 의혹과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별건 수사도 가능토록 해 총 14개를 수사 대상에 포함했었다. 여기서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 논란으로 촉발된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선거 개입 의혹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또 대법원장 등 제3자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키로 했다. 여당이 반발해온 ‘독소 조항’을 줄여 여당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에서 재표결할 경우 여당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꼼수 악법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친한계도 입을 모아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 1심 판결을 앞두고 특검법 수정안을 예고한 것은 여권 분열을 노리는 ‘꼼수’가 깔린 것으로 보고 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실이 쇄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원내에서 한 대표가 요구했던 ‘조건 없는 특별감찰관(특감)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야 공세에 집중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 수정안 수사대상에 명태균씨 관련 의혹이 포함돼 있어 국민의힘 당사가 압수수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장외(집회)에서 수가 안 보이니 원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보자는 꼼수가 특검법 수정안”이라며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바로 특검하자는 건 당의 일관된 논리에도 안 맞는다. 그러니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탈표 가능성에 대해 “당의 동요는 1도(전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특별감찰관조차 안 하려는 사람들이 특검을 하자는 게 말이 되나. 특검 방어전선이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정훈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한동훈 대표도 (특검법 수정안에) 반대한다. 이 특검은 헌정질서를 중단하려는 야당의 의도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걸 수사하게 되면 국민의힘을 수사할 수가 있다. 당에 대한 여러 가지 위협이 된다”며 “저희(친한계)가 이거에 동의할 거라는 헛된 꿈은 접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여당안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던 조경태 의원도 이날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에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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