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가계대출이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은행권이 고강도 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잠시 주춤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은 지난달 증가폭이 다시 크게 확대됐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제2금융권’ 껑충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10월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9월 증가폭(5조3,000억원) 대비 확대된 규모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4조1,000억원이 늘며 증가세로 전환된 후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9조7,000억원까지 증가폭이 치솟으면서 급증세를 보였다. 9월에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대출 규제 정책이 영향을 미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5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주춤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엔 증가폭이 다시 확대됐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9,000억원이 증가해 전월(5조6,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다. 정책성 대출의 증가폭은 전월 수준을 유지(2조1,000억원)했지만, 은행권 자율관리 강화 등에 따라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월 대비 축소됐다.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폭은 9월 4조원에서 10월 1조5,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기업공개(IPO) 청약 수요 등 영향으로 9월 5,000억원 감소에서 지난달 3,000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은행권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발맞춰 금리인상, 대출한도 조정 등의 방식으로 ‘대출 옥죄기’를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껑충 상승했다.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7,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9월 3,000억원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셈이다. 제2금융권 주담대 증가폭은 9월 7,000억원에서 10월 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2금융권 기타대출도 9월엔 1조원이 줄었지만 10월 8,000억원이 증가했다. 카드론과 보험계약대출 위주로 증가 양상이 나타났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상호금융권(9,000억원↑), 여신전문회사사((9,000억원↑), 보험(5,000억원↑), 저축은행(4,000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당국은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는 이날 오전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10월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평가하고 시장 관계자들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및 제2금융권 협회, 일부 은행 등 금융회사 관계자가 참석했다.
◇ 대출 규제 더 강해지나
참석자들은 9월 추석 상여금, 분기말 상각 영향 등을 감안하더라도 10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것에 대해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제2금융권의 경우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된 점, 업권별 증가 양상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2금융권 업권별 관리현황과 대응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보험업권은 증가폭이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나 긴급 생활자금 성격의 보험계약대출 위주로 증가했고 여전업권은 카드론, 저축은행업권은 신용대출 위주로 각각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상호금융업권의 경우, 은행권자율관리 강화에 따라 이탈된 대출수요를 흡수하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된 점이 주목을 끌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각 중앙회에서 자체적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 조합‧금고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리기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남은 두 달간 제2금융권에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제2금융권에도 경영계획을 제출받아 이를 기반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진 업권 및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실제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등 가계대출 전반의 취급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은 가계대출 차주의 DSR 산정시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하는 제도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은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적용되고 있으며, 스트레스 금리는 0.75%p(퍼센트포인트)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지역) 주담대에 대해선 스트레스 금리를 1.20%p로 상향해 적용했다.
내년 7월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는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 전체에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는 1.5%p까지 높아진다. 최근 당국의 강력한 관리기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조기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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