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헬리코박터균)’의 위벽 손상 기전율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위암 진단 및 치료법, 신약 개발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손미영 국가아젠다연구부 부장(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센터장)팀이 위 오가노이드를 이용,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위 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또한 이를 치료하는 후보물질을 발굴에도 성공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중 하나는 ‘위암’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위암 유병자 수는 전체 암 환자의 14.1%를 차지한다. 1위 갑상선암(21.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위암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헬리코박터균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기상하는 나선 모양의 세균이다. 감염 시 위벽을 손상시켜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등 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위암 유발 가능성도 높여 주요 발암 인자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1994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발암 인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감염률 역시 40~50%로 추정된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세균이 위장 점막의 표면이나 위의 점액에 존재하는데 치료약물이 균이 있는 곳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해서다. 또한 여러 차례 항생제에 노출이 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명연 연구팀은 3차원 위 오가노이드를 활용, 헬리코박터균 감염 초기에 일어나는 위 점액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했다. 오가노이드란 ‘인공장기유사체’다. 일종의 ‘인공장기’라고 볼 수 있다. 손미영 국가아젠다연구부 부장은 이 오가노이드 연구 개발에 있어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생명연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이 체내에 침입 시 처음 자리 잡는 위 전정부(antrum)의 특징을 갖는 전분화능 줄기세포 유래 3차원 위 오가노이드 제작에 성공했다. 그 다음 헬리코박터균이 분비하는 ‘세포 공포화독소(Vacuolating cytotoxin A, VacA)에 의한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위 점막 세포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현상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발굴했다. 오가노이드 모델과 생쥐 모델에서 인산화효소(kinase) 저해제인 ‘MLN8054’가 VacA 독소뿐만 아니라 미생물 감염으로 손상된 위 상피세포를 회복하게 함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책임자 손비영 국가아젠다연구부 부장은 “그동안 헬리코박터균 관련 연구에는 주로 암 세포주나 마우스 모델이 활용됐다”며 “이번 위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로 한계로 지적되던 종간 특이성과 같은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9월 26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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