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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인천의 자존심] (상) 현실이 된 걱정…그렇게 속절없이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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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대전과 경기에서 1대 2로 패하면서 구단 사상 첫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인천은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래 K리그2로 강등된 적이 없는 유일한 시민구단으로 그간 수 차례 강등 위기에도 극적으로 살아나 ‘K리그 생존왕’으로 불렸으나 이번만큼은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인천의 강등 배경과 앞으로 파장에 대해 앞으로 총 3편에 걸쳐 짚어본다.

▲ 10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에서 대전에 패하며 2부리그로 강등이 확정된 뒤 인천 팬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이호윤 기자 256@incheonilbo.com
▲ 10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에서 대전에 패하며 2부리그로 강등이 확정된 뒤 인천 팬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이호윤 기자 256@incheonilbo.com

2022-2023 두 시즌 연속 리그 파이널 A그룹 진입과 지난해 창단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이번 2024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인천유나이티드를 설명하는 수식은 화려했다. 그러나 올해 1월 태국 치앙마이 동계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조성환 감독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 모습이었다.

당시 조 감독은 “지난 2년간 이룬 성과로 인천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나 눈높이가 한껏 올라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를 유지하거나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현장에서 느꼈던 조 감독의 내심은 ‘이번 시즌은 1부 잔류만 해도 절반 이상은 성공’이라는 쪽에 훨씬 더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구단이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 최초로 중구 신포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블루마켓’을 열었을 때 만났던 임중용 단장도 지난 시즌 수원 삼성의 강등 사례를 들며 “인천도 예외라는 법은 없다. 안주하면 안 된다”라며 올 시즌 예상 성적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당시만 해도 창단 처음으로 진출한 ACL을 막 마치고 돌아온 터라 한껏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차원에서 신중론을 펼치는 정도로 이해했지만 분명 감독과 단장의 이 같은 우려에는 이유가 있었고, 이는 결국 현실이 됐다.

실제 올해 인천은 지난해와 비교해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시즌에 돌입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시즌 인천 강등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 점이다.

먼저 팀의 핵심 공격 자원인 에르난데스의 전북 이적이 가장 컸다. 이번 시즌 인천은 37경기 35득점으로 평균 한 경기당 한 골도 못 미치는 심각한 골 결정력 부재로 발목이 잡혔다.

수비에서 센터백 요니치가 8년 만에 팀에 복귀했지만 공격 측면에선 무고사가 부상에서 복귀했다는 점 밖에는 기대할 만한 요소가 없었다.

오히려 시즌 중반에는 팀의 미래 자원인 천성훈까지 대전에 내주면서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겹쳐 더더욱 뒤로 갈수록 내세울 카드가 사라지게 됐다.

조 감독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단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술·전략에서 디테일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잡았지만 결과적으로 통하지 않았다.

인천이 걷는 동안 경쟁 팀들은 달리는 속도로 성장·발전했고 이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히 간절함만으로 넘을 수 없는 점점 큰 간격으로 나타났다.

총 1만5060명의 관중이 찾은 수원FC와 시즌 홈 개막전에서 0대 1 패배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인천은 이후 제대로 된 반등 한 번 못 하고 시즌 내내 미끄러졌다.

이번 시즌 인천이 연승을 거둔 건 시즌 초반 4·5라운드 대전과 광주와 경기에서 거둔 2승이 유일하다.

그나마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무승부로 승점 1을 쌓으며 근근이 버텼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패배가 많아지며 결국 최하위로 떨어졌다.

2라운드 로빈 첫 경기인 서울과 12라운드에서 발생한 물병 투척 사태는 결국 이번 시즌 인천의 강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남게 됐다.

팀이 2부 강등 위기에 놓였던 2020시즌 중간에 부임해 5년째 팀을 이끌어 온 조성환 감독의 자진 사퇴도 되짚어 봐야 한다.

당시 조 감독은 “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자신의 사퇴로 터닝 포인트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하며 팀을 떠났지만, 결과적으로 반등은 없었고 오히려 자진 사퇴 후 1주일여 만에 전해진 2부리그 감독 부임 소식으로 인천 팬들은 물론 구단 선수와 직원들 이 한동안 뒤숭숭한 분위기였음은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가 됐다.

변재섭 감독대행 체제를 거쳐 최영근 감독 선임도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귀결됐다. 팀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시즌 중후반에 부임해 실패 딱지를 붙이는 게 지나치게 보일 수 있지만, 애초 목표였던 잔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인천 기존 전술이었던 스리백을 대신 포백으로 나서 경기 내용 측면에서 신선한 변화를 일으켰지만 결과까지 챙기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대전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인 제주전에서 포백으로 변화를 주면서 승리했다. 이후 대전과 전북전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도 결과를 내지 못한 게 꼬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파이널라운드 들어 다시 스리백으로 돌아왔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특히 36라운드 전북과 원정 경기에서 사실상 승부수를 던지지 않은 선택은 인천 팬들 사이에서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인천 홈 팬들은 침통함 가운데서도 구단 사상 첫 강등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인천 팬들은 침통함 가운데서도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시즌 인천이 리그 12개 팀 중 최약체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고, 올 시즌 후반 들어서부터는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로 조금씩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홈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명주는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이 지켜주셨기 때문이다. 어떤 말로도 마음에 위로할 수 없겠지만 내년에 더 노력해서 저희가 있어야 하는 자리로 되돌아 가겠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렇게 이번 시즌 인천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막지 못하는 결말을 맞았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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