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하고 여성 혐오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되자 현지 여성들이 ‘4B(非)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4B(非) 운동’은 한국 페미니즘 운동 중 하나로, 4B는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성관계를 일컫는 신조어다.
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 후 미국 여성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4b’ ‘#4bmovement’ ‘#4bmovementusa’ 등 해시태그를 달며 한국 4B 운동을 통해 반발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틱톡 이용자는 “이것(4B 운동)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면서 “세상은 망가졌고 아이를 갖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특히 여자아이를 갖게 된다면 미래가 너무 걱정될 것이다. 운동에 참여하자”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눈물을 흘리며 “한국 여성들은 동등한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출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한국은 인구가 줄고 있고 아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졌는데 우리는 이제 함께해야 한다.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 되기 시작했던 지난 6일 하루에만 20만명이 ‘4B 운동’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 ’82년생 김지영’도 미국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NBC는 지난 3월 한 틱톡 사용자가 게시한 82년생 김지영 관련 영상이 미국 대선 이후 59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NBC는 “트럼프 승리는 많은 여성에게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후퇴라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여성들 좌절감은 남성과 이성애적 관계, 그리고 가부장제 참여를 거부하는 새로운 운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예일대 사회학과 박사 과정 최미라 씨의 인터뷰 발언을 보도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 4B 운동의 지속 여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캐서린 문 웰즐리대 정치학 교수도 미국에서의 4B 운동이 “트럼프와 그의 집권으로 불안정해진 여성의 상황에 관심을 끌기 위한 일시적인 수단”이라며 “한국에서와 달리 남성 없는 삶의 방식에 대한 전적인 헌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주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젠더학 교수도 “4B 운동이 지나치게 성별 이분법에 의존하고 있고, 이번 대선에서 많은 여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 운동이 미국에서 주류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