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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을 겪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인력을 줄이거나 차량 생산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가던 기업들이 전기차 산업 전환기를 맞아 생존 경쟁에 내몰리는 가운데 시장 수요 둔화로 판매 수익까지 떨어지자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양상이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국적 완성차그룹 스텔란티스는 미국 공장 인력 11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오하이오주에 있는 지프 생산라인의 근무 방식을 2교대에서 1교대로 바꾸고 생산량을 크게 줄일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지프·크라이슬러·피아트·푸조 등의 브랜드를 생산하며 전 세계 4위 수준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판매량이 줄고 재고가 쌓이자 고심 끝에 인력 조정 방침을 꺼낸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르면 내년 1월 5일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닛산자동차도 구조조정 방침을 알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산은 향후 직원 9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닛산의 전 세계 직원 13만 명 중 7%를 내보내는 셈이다. 회사는 또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생산력을 20%를 축소하기로 했다. 닛산의 연간 생산력은 2020년 700만 대에서 현재 500만 대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20%를 더 줄일 경우 연 차량 생산은 400만 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고정비용 약 3000억 엔을 줄이겠다는 게 회사의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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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럽 최대의 자동차 기업으로 불리는 폭스바겐도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폭스바겐은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전체 직원 임금을 10% 삭감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정리해고 조치를 시행해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회사 수익이 급감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6~9월 분기 순이익이 15억 76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63.7% 급감했다. 닛산의 경우 같은 기간 93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스텔란티스는 1~6월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48.3% 급감한 56억 유로로 집계됐다. 고금리의 장기화로 소비자 수요가 줄고 중국의 전기차 부상으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WSJ는 “자동차 제조 업체는 수요 감소와 치열한 경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일자리 감축 계획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향후 험난한 여정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산 자동차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따라 유럽·아시아 등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장벽에 걸려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추가 관세가 시행된다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미국 판매량이 높은 독일 자동차 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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