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여야의정 협의체가 다음 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논의체이지만 의료계 대표 단체로 꼽히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의정갈등의 당사자인 전공의 단체 참여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협의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오는 11일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할 예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은 지난 7일 진행된 중대본 회의에서 출범을 알리며 “이번 협의체 출범이 정치권, 의료단체, 정부가 모여 의료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속도감 있게 풀어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의체 참여 명단도 윤곽이 잡혔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협의체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서는 3선인 국민의힘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인 한지아 의원 등 3명이 협의체에 내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다음 주 출범 예정인 여야의정 협의체가 현재 상황으로 미뤄보면 ‘반쪽’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공의 단체의 불참을 이유로 협의체 참여에 응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의료계에서도 현재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단체는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뿐이기 때문이다.
의정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단체와 의협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전공의 단체를 향해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정원 재조정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추가 참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번 협의체가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의료단체가 참여하는 ‘여의정’ 형태로 먼저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겨울이 오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생각할 때 더 이상 협의체의 출발을 미루는 건 어렵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전제조건을 강조하며 불참 입장을 고수한다면 ‘여의정’만이라도 우선 출발하고자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환자단체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국민과 환자에게 여당과 야당, 의사단체와 정부는 공동정범(共同正犯)과 다름없다”며 “공동정범 모두가 모이든, 그중 일부가 모이든, 그렇게 모여 구성된 곳이 진정 국민을 위한 ‘협의체’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여야의정 협의체가 의료개혁에도 개입할 생각이라면 지난 4월 25일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들은 어떻게 할 셈인지 설명돼야 하지만, 그 부분도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것은 환자를 담보로 벌이는 ‘의대 정원 재조정 협상’이 아니라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자 중심 의료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전환의 노력”이라며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협의체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가까워지면서 장기화됐던 의정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협의체 모임에서 현재 의료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러 정책들을 제안한 상태인데, 해당 정책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여당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핵심 쟁점은 전공의 단체가 요구하고 있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폐지인데, 이 부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며 “다만 야당마저 참여하지 않을 경우 논의된 결과를 지원할 국회 차원의 도움받기가 쉽지 않을 테니 최소한 야당의 참여는 이끌어내야 협의체에서 다루는 논의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의체에서는 의제 제한 없이 의료계가 제안하는 모든 문제들을 폭넓고 자유롭게 다뤄야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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