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이야기⑭] 천안 일상서재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책’ ‘문화’와 함께한 이용희 대표의 8년
책방지기부터 1인 출판사 대표, 캘리그라피 작가까지. 이의용 대표의 직업은 무려 3개다. 일상서재에서 손님들을 맞으며, 작업을 하고, 나아가 독자들의 출판까지 도우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6년 처음 책방지기가 됐을 때만 해도, 작업도 하고 책을 읽으며 소통도 할 수 있어 좋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일상서재가 아닌, 허송세월의 대표로 서점 운영자가 된 그는 책, 그리고 책으로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금까지 책방지기라는 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허송세월이 자리를 옮기게 되며 다른 책방지기에게 책방을 넘긴 후 천안볼트복합문화공간의 운영자로 잠시 직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허송세월과 같은 동네책방 물론, 갤러리와 작가들의 작업실 등이 입주한 공간으로,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예술과 문화를 접하고 소통하길 원하는 이 대표의 바람이 담긴 곳이었다. 천안 지역의 예술인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이었던 천안볼트복합문화공간은, 예술인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해당 공간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2021년부터 천안역 근처의 일상서재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예술인, 또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당시의 바람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처음 책방 문을 열 때만 해도 ‘독립서점’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상서재의 꾸준한 초대에 응한 손님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흑자만 돼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는 이뤘다”는 이 대표는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은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꾸준히 이어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소박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언급했다.
◆ ‘모두에게’ 열린 일상서재
천안역 근처 한 건물의 2층에 위치한 일상서재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서점이다. 그러나 잠깐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귀여운 강아지 망고가 손님들을 반기고, 책을 읽고 또 소통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힐링을 선사한다.
이 대표는 일상서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저는 포장이 돼 있는 책이라도 꼭 한 권은 뜯어서 볼 수 있게 해 둔다. 관심이 없던 독자들도 표지를 보고, 내용을 보면 관심이 생길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렵지 않은 책’으로 일상서재를 채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부터 70대 할머니가 쓴 시까지.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긴 여운이 남는 책들을 일상서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대표는 “책을 읽고, 만드는 입장이지만, 서점은 독서에 입문하는 것을 돕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안 좋아하던 사람들도 표지를 보고 사갈 수 있고. 우리 서점엔 어려운 책이 많지 않다. 그림이 많은 동화책을 포함해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소소한 이벤트와 모임으로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일상서재만의 매력이다. 이 대표가 직접 책 기획부터 글 쓰기, 출판, 유통까지 1인 출판 과정도 강의하는데, 이 강의는 일 대 일 위주의 소규모로만 진행하고 있다. 대신 캘리그라피 작가인 이 대표가 직접 이름을 써 주는 명함부터 원하는 문구를 담은 책갈피 등 아기자기한 이벤트로 깊은 만족감을 준다. 여기에 소파와 큰 책상, 굿즈들로 채워진 또 다른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체스판까지 마련해 편하게 이 공간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대표는 “와서 책을 읽지 않고 체스를 해도 상관없다. 저는 큰 규모의 행사보다는 개인이나 친구, 가족들이 와서 보다 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란다. 와서 망고만 보고 가셔도 된다. 방명록을 적고, 또 필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하신다. 와서 힐링을 하길 바라는데, 휴식만 잘 취하다 가셔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일상서재가 소박하지만, 오래가는 서점이 되길 바랐다. 이 대표는 “올해 육아를 하면서 작년보다 운영 시간을 줄였다. 그런데 매출은 그대로더라. 손님들이 제시간에 맞춰서 일상서재를 찾아주고 계신 것이다. 그걸 보며 자신감이 좀 생겼다. 육아 때문에 내년에는 운영 시간이 더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주 7일 70시간 운영을 할 때도 있었지만, 오래 가기 위해선 힘을 빼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둘째가 지난해 태어났는데, 아이들이 커서 책을 읽을 때까지 운영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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