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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변화의 기로] 독일 ‘친환경 에너지 마을’을 가다 – ① 보봉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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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위원회 2024년 공동주체심층보도지원 1차 공모사업에 선정된 인천일보, 중부일보, 태안신문, 낭주신문, 당진시대 등 5개 언론사 기자들로 구성된 공동취재팀이 ‘기후위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한반도’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공동취재팀은 기후위기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마을’로 알려진 독일 보봉(Vauban) 마을과 펠트하임(Feldheim)을 방문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천일보는 2차례에 걸쳐 독일 보봉마을과 펠트하임 등 친환경 도시들의 에너지 자립, 탄소중립 실현 방법 등을 소개한다.

▲ 보봉 마을 투어 가이드인 안드레아스 발터(60)씨가 마을 내 친환경 주택 등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팀
▲ 보봉 마을 투어 가이드인 안드레아스 발터(60)씨가 마을 내 친환경 주택 등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팀

지난 8월28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시(Freiburg) 보봉 마을. 친환경 에너지 마을이라는 명성답게 주택은 3~4층을 넘지 않았고, 지붕에는 네모난 태양광이 수두룩 덮여 있었다. 자동차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주민 대부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재 이곳에는 2500여가구, 총 5500여명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보봉 마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이 주둔하면서 군 기지를 설계하고 담당하던 크바티어 보봉(Quartier Vauban)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프랑스군이 쓰던 막사를 주거지로 개조해 쓰는 집 형태도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보봉 마을 투어 가이드인 안드레아스 발터(60)씨는 “주민들은 ‘최대한 날 것 그대로 보존하자’는 목표로 마을을 가꾸고 있다”며 “친환경을 추구하는 전 세계 곳곳에서 보봉을 벤치마킹 사례로 참고하고 있고, 독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공동취재팀은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보봉 마을의 사례가 궁금했다. 이를 위해 ‘프라이부르크 그린시티 투어’ 사이트를 통해 투어 신청을 하고 가이드 발터씨와 함께 3시간여 동안 친환경 에너지 활용 주택과 각종 공간 등을 둘러봤다.

▲ 보봉 마을 내 주택 지붕에 태양광 설비가 붙어 있는 모습. /공동취재팀
▲ 보봉 마을 내 주택 지붕에 태양광 설비가 붙어 있는 모습. /공동취재팀

▲태양광 설치로 에너지 줄이고 남는 건 되판다…’플러스에너지 하우스’

보봉 마을은 국내와 달리 대부분 주택이 ‘패시브하우스’ 형태다. 패시브하우스는 3중 창호나 단열재 등을 활용해 건물 내부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주택을 말한다. 패시브하우스 주택 지붕 위에는 검은색 네모 모양의 집광 패널인 태양광 설비도 달려있었다. 옥상에 별도 철제 프레임을 시공해 부착하는 국내 설치 방식과는 다르다.

보봉 마을에선 태양광 패널을 철제 프레임 없이 지붕에 직접 붙이기 때문에 시공비가 저렴하고 지붕 보온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태양광 모듈에서 주택에 이르는 거리도 짧아 전선 길이도 단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보봉 마을 주민들은 패시브하우스에 태양광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를 줄이고 나서 남는 경우엔 국가에 판매도 한다.

필요한 전력은 직접 생산·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건데 이를 보봉 마을에선 ‘플러스에너지 하우스’라고 부른다. 현재 60여가구가 플러스에너지 하우스 모델을 도입했고, 공동주택 한 동에 통상 5가구가 거주하며 전력을 공동 생산하고 있다. 플러스에너지 하우스 주민들은 전기요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발터씨는 “남는 전기를 인근 발전소에 팔면 월평균 100~120유로(약 13~15만원)가량 판매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플러스에너지 하우스에는 패시브하우스 형태로 건축된 상업시설 솔라십도 포함된다. 솔라십은 배(Ship) 모양의 알록달록한 색채를 자랑한다.

보봉 마을은 한국과 달리 거의 모든 주택이 저에너지, 고효율 주택이다. 이는 독일의 일반 주택보다도 약 7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셈이다.

▲ 플러스에너지 하우스에는 패시브하우스 형태로 건축된 상업시설 솔라십도 포함된다. 솔라십은 배(Ship) 모양의 알록달록한 색채를 자랑한다./공동취재팀
▲ 플러스에너지 하우스에는 패시브하우스 형태로 건축된 상업시설 솔라십도 포함된다. 솔라십은 배(Ship) 모양의 알록달록한 색채를 자랑한다./공동취재팀

▲세계 최초 회전형 태양광 주택 ‘헬리오트롭’…고정형보다 높은 효율

발걸음을 옮겨 찾은 곳은 보봉 마을 랜드마크인 ‘헬리오트롭’이다. 세계 최초 회전형 태양광 주택으로, 주택 자체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400도로 회전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통형 목조 3층 주택이다. 독일 건축학자 롤프 디쉬가 설계하고 건설해 본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다.

태양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헬리오트롭은 기존 고정형 태양광 설비보다 15~20% 높은 발전효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을 둘러싼 난관은 투명 유리관인데, 유리관 하나하나가 태양열 집열기라고 했다. 태양광이 빛으로 전력을 만든다면 태양열 집열기는 태양열로 온수를 데우는 방식이다.

▲ 보봉마을 주민들은 자동차 대신 트램, 자전거, 버스 등을 주로 이용한다. 자전거 뒤에 보행기처럼 태우는 자전거 트레일러도 흔하게 보였다. /공동취재팀
▲ 보봉마을 주민들은 자동차 대신 트램, 자전거, 버스 등을 주로 이용한다. 자전거 뒤에 보행기처럼 태우는 자전거 트레일러도 흔하게 보였다. /공동취재팀

▲주민 10명 중 1명만 자동차 보유…자전거, 대중교통 활발

보봉 마을 주민들은 1000명 중 148명 정도만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 인구로 따졌을 때 1000명 중 470~480명이, 독일 전체 인구로 봤을 때 1000명 중 600명이 자동차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보봉 마을의 자동차 보유 수는 훨씬 적은 수준이다.

보봉 마을에는 개인소유 주차장이 없다. 애초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개인소유 주차장을 짓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를 주택단지 안으로 들여놓지 않는 게 원칙이다. 주민들은 차를 마을 외곽에 세워두고, 마을 외곽으로 벗어날 때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동차 대신 노면전차(트램), 자전거, 버스, 자동차 공유 등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집마다 자전거도 두세 대씩 놓여 있었다. 자전거도 각양각색인데 자전거 뒤에 보행기처럼 태우는 자전거 트레일러도 흔했다. 자전거 신호등도 따로 있을 정도다. 마을 곳곳에선 ‘여기서부터는 차가 다닐 수 없다’는 표지판도 몇 걸음마다 한 번씩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보봉 마을엔 겉면이 유리로 된 큰 주차타워가 하나 들어서 있다.

발터씨는 “독일 현지법상 2인 이상 가정은 무조건 주차장이 1개 이상 있어야 하는데 주차장이 없는 집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주차타워가 생기게 됐다”며 “유리 주차타워는 조명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좀 더 밝게 보일 수 있어 전기적 요인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 보봉 마을 광장에서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팀
▲ 보봉 마을 광장에서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팀

▲“날 것 그대로 보존”…자발적으로 결성된 ‘보봉 자치조합’

보봉 마을 주민들은 ‘최대한 자연의 날 것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모토를 갖고 있다. 본인 삶 방향성에 맞는 느낌대로 정원을 가꾼다든지, 동물이나 곤충을 보존하는 등 ‘친환경’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관리는 주민들 자율에 맡겨지고 있다.

발터씨는 “보봉 마을의 특별한 점은 프라이부르크시가 아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미관을 설계한다”며 “숲이나 나무 등을 정리하지 않고 보존하길 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가끔 위험 문제를 걱정하는 시청 직원과 주민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보봉 마을 시민들이 주민자치 조합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시민, 공무원 등이 함께 ‘보봉 포럼’을 만들어 에너지·교통·경제·주택·교육·주민공동시설을 미래지향적이고 생태 친화적으로 뜻을 모았다. 보봉 포럼은 발전적으로 해체되고 그 이후 ‘보봉 시민 자치조합’이 결성돼 주민자치 본보기로서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이날 공동취재팀이 만난 보봉 마을 주민 토비아스(33)씨는 “2살, 4개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자동차가 없는 친환경적인 환경이 매력적인 부분으로 작용해 이곳에 이사를 왔다”며 “현재 7년째 거주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 생각”이라고 했다.

/공동취재팀

#공동취재팀 –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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