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초가 되는 것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최초와 최고를 모두 이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100명 중 100명은 ‘최고가 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애플이 경쟁사들보다 늦게 인공지능(AI) 산업에 뛰어든 배경은 ‘최초’라는 타이틀 보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의도로 읽히는 발언이다. 실제 애플은 첫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기능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팀쿡 발언은 최초 AI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를 떠오르게 만든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출시한 갤럭시S24시리즈를 온디바이스 AI로 전환해 세계 최초 AI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에는 없는 ‘실시간 전화 통역’, ‘메시지 번역’,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검색해 주는 ‘써클 투 써치’ 등을 통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 경쟁사들이 부랴부랴 AI 기능을 발표할 때는 ‘폴더블 특화 AI’ 기능을 내놓으며 성장세를 거듭했다. 또 AI 지원 기기 범위를 프리미엄 스마트폰 뿐 아니라 중저가·태블릿PC 등으로 넓히는 등 자신들이 제시한 비전을 단계에 맞게 성장시켰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행보는 이와 조금 다르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Z폴드 스페셜에디션(SE)이 대표적이다. 당초 갤럭시Z폴드SE는 지난달 25일 오전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물량 공급 문제로 출시 예정 시점 7시간 후에나 풀렸다. 이마저 판매처를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로 한정했다. 이통3사와 백화점 등에는 2차 판매에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회사 내부적으로 혼선이 발생해 출시가 연기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유야 어쨌든 최고 컨디션이 아닌 시점에 무리하게 제품을 내놓다보니 생긴 문제는 틀림없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새로움 폼팩터(형태) 스마트폰을 상용화한다. 새로운 폼팩터는 화웨이의 트리폴드폰 처럼 ‘두번 접는 폴더블폰’이 유력하다. 최초 타이틀은 이미 뺏겼으니, 삼성전자는 ‘최고 제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폰 교체 수요는 줄고 경쟁사는 많아졌다. 덕분에 세계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제품을 선택한다. 삼성전자 신규 스마트폰이 선택 받기 위해서는 최고 제품이 되는 길 뿐이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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