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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오후 네시’의 파격, 배우 공재경 “오랜 무명 딛고 이제 시작”

맥스무비 조회수  

‘오후 네시’에서 오후 네시의 불청객 육남의 아내 사라를 연기한 배우 공재경이 맥스무비를 방문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송정우 감독의 영화 ‘오후 네시’는 매일 오후 4시 정각만 되면 문을 두드리는 기묘한 이웃집 남자의 출현으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꿈꾸던 부부의 평온했던 일상은 이 남자의 불쾌한 방문으로 초조하고 공포스럽게 바뀐다.

배우 오달수와 장영남, 김홍파까지 출중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한 편의 연극 무대를 펼치는 듯 제한된 공간에서 변화하는 인물의 심리를 그린다. 오달수와 장영남이 각각 한적한 교외로 이사 온 부부 정인과 현숙을, 김홍파가 무례한 이웃인 육남 역이다. 이들이 뒤엉킨 미스터리가 켜켜이 쌓이다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육남의 아내 사라, 그 역할을 맡은 배우 공재경이다. 영화의 중반부가 돼야 등장하는 사라는 극의 기묘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공재경은 초점 없이 퀭한 눈과 음식 앞에서만 돌변하는 사라를 특별한 대사 없이 오직 행동만으로 표현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맥스무비를 찾은 공재경은 매체와의 첫 인터뷰를 앞두고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도전하면서 문을 두드린 연기의 길에서 만나는 새로운 기회에 들뜬 모습도 엿보였다. 그는 배우를 꿈꿨지만 좀처럼 연기를 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했다. 다른 일을 모색했지만 꿈인 연기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다시 돌아왔고, 그렇게 만난 작품이 ‘오후 네시’이다. 첫 주연작을 세상에 공개한 공재경은 이번 작품을 만난 순간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디션에 임했다”고 돌이켰다. 

“제가 과거 참여한 영화의 스크립터로부터 (‘오후 네시’에서)배우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3차까지 봤는데 한동안 제작진에게 연락이 없었죠. 알고 보니 기성 배우 중에도 후보가 많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를 원했고, 그렇게 제가 합류하게 됐어요.”

사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매번 4시간이 걸리는 분장을 해야 했다. 압도적인 덩치의 몸을 만들기 위해 공재경은 수트를 입고 실리콘 재질의 소재를 몸에 부쳤다. 그는 “분장이 처음이라서 힘들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돌이켜보니 힘든 작업이었구나 싶다”고 웃었다. 힘든 줄 몰랐던 그는 촬영 도중 역할을 위해 ‘눈썹을 미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했지만, 제작진의 만류로 이루지 못했다. 

이 작품은 잔인함과 유머가 어우러진 독특한 필체을 지닌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도, 시나리오에서도 사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공재경이 찾은 힌트는 영화 소품으로 등장한 가족사진이었다. 그는 김홍파와 함께 평범했던 사라와 육남 그리고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두 사람만의 소설을 상상했다”고 밝혔다.

“설명되지 않은 빈 공간을 위해 과거의 사진을 단서로 육남과 사라의 공통된 과거를 만들었어요. 부부가 아이를 잃고 엄청난 상실감으로 소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고, 삶을 건강하게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둘은 상처를 지닌 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작업이 어렵고 오래 걸렸는데, 그렇게 하니까 사라로서 서 있을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공재경은 사라를 연기할 때 “최대한 과하지 않게,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했다”고 짚었다. 그는 “비주얼 자체가 세기 때문에 연기를 과격하게 하면 안 될 거 같았다. 가뜩이나 존재 자체가 믿겨지지 않은 인물이라서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이야기했다.

공재경은 본인 촬영이 아닐 때도 오달수와 장영남, 김홍파 등 선배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촬영장으로 향했다. “연극 대본 같은 시나리오를 선배님들이 어떻게 연기할까 궁금했다”며 “해석력을 발휘해 본인만의 뉘앙스로 표현하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촬영 현장을 되짚었다.

“선배님들이 정말 사려 깊으세요. 늘 저에게 ‘어려운 걸 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줬죠. 현장 경험이 많이 없어서 제가 이것저것 많이 여쭤봤죠. 아이디어를 하나 내고 싶어서 혼자 엄청 고민했는데, 옆에 있던 (장)영남 선배님이 감독님이 지나가는 걸 보고 ‘같이 말씀드리자’면서 저를 도와주더라고요. 영남 선배님이 계원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제가 후배거든요. 그걸 빌미로 친해지려고 했죠. 하하.”

연극과 뮤지컬, 독립영화 등에서 활약해온 공재경은 ‘오후 네시’를 통해 첫 주연작을 선보였다.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 “‘오후 네시’와 소속사,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

공재경의 본격적인 영화 출연은 2020년 ‘좀비파이터’가 시작이다. 영화 경험은 길지 않지만, 그에 앞서 연극과 뮤지컬, 단편·독립영화롤 오가며 오랜 시간 실력을 쌓았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던 20살 때부터 연극 무대에 올랐다. 2014년 단편영화 ‘감각적 공해’로 주목을 받은 뒤 10년 만에 ‘오후 네시’로 주연 타이틀을 얻었다. 

“무명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뭐 하나 시작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길을 가기로 결심했고, 포기하지 않기로 했죠. ‘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중간에 도망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를 관둔 그는 연극영화과 진학을 준비하는 입시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맡았다. “제가 너무 잘해서 바빴고, 수입도 안정됐다”고 밝힌 공재경은 그런데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걸, 좋아하는 걸 하자는 마음으로” 다시 배우의 길로 돌아왔다. 

“한번 벗어났다가 오니까 더 새롭고, 재밌고, 소중하더라고요. 신기한 게 오디션 결과도 그 이전과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날 평가하는 느낌이라면, 이후에는 함께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는 생각 때문에 조금 더 편해졌어요.” 그렇게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는 시간을 보냈고, ‘오후 네시’를 만났다. 그는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연히 앞으로 많은 고생을 해야겠지만, 시작하기 위해 뒤꿈치는 든 느낌이다”고 표현했다.

지난 6일 공개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구체적인 역할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예고하면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각오가 있는 건 아니에요.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저를 갉아먹더라고요. 당연히 열심히 하고 또 괴로워도 하겠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듯이, 연기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또 오래 하고 싶어요.”

공재경은 올해 4월 배우 지창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스피링컴퍼니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공재경은 “소속사 대표님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처음으로 비중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 시기에 회사 측과도 이야기가 잘 돼서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여러모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며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한 마음을 밝혔다. 

공재경은 지난 4월 지창욱의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배우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공재경.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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