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지난해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이하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청년농민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목표인원 달성에 급급하기 보다 청년농민의 실제 정착에 실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지난 6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농업 농촌의 미래, 청년농민 육성방안’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청년농민들이 참석해 직접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당사자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벼농사와 논콩농사를 하는 강수성(27)씨는 “대출길이 막힌 청년창업농과 후계농이 농지를 계약했다가 계약금을 날리거나 시설공사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는 공통적인 어려움인 농지 확보에 대한 희망을 꺼트리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영농정착지원금과 저리 자금지원으로 유혹해 수많은 청년들이 경쟁력 없는 빚쟁이가 되고 심지어 가짜농민이 나오는 사례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강원도 정선군에서 사과농사를 하는 최보란(32)씨는 “거주하는 면지역의 어린이집이 폐원해 삼척시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면서 “결국 정선 근교 도시로 이사해 정선으로 출퇴근하는 ‘두집 살림’을 계획하고 있다”고 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신규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원하는 바는 당당한 농민으로 성장해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원과 사회적 배려”라고 강조했다.
전라북도 김제시의 스마트팜혁신밸리 임대농장을 운영하는 고택균(34)씨는 “농업관련 교육은 많이 받았지만 농업에 진입해 정착하는 단계에서 많은 청년농민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라며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어렵다보니 도시에서 살면서 농사만 농촌에서 짓게 된다. 이러면 정부가 생각했던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청년 유입은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잘 만들었지만 주변지역은 공동화돼 지역과 교류가 없다. 결국 다른 농장을 찾아 떠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2년 10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27년까지 청년농민 2만6000명을 신규 유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영농정착지원사업 선정 규모는 기존 연 2000명에서 4000명으로 확대하고 후계농업경영인 선정 규모도 연 3000명에서 5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청년농민에게 공급 가능한 농지를 확보하도록 농지은행을 비축물량을 확대하고 유휴농지를 정비해 ‘농업스타트업단지’를 신규 조성하고 청년농민이 최대 30년 동안 임차해 매입할 수 있는 ‘선임대-후매도’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융자자금의 지원 한도를 상향하고 금리 인하 및 상환기간 확대도 추진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아시아농업농촌연구원 김기흥 원장은 “수개월 정도의 교육 과정으로는 바로 농사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진입과정을 연결하는 지원이 필요한데 (기존 사업은)지역과의 연계고리가 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국가가 창농 지원 체계를 다 맡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원장은 “농지은행에서 비축 농지를 확대해 청년농을 지원한다는데 실제로는 이 정책 때문에 지역의 농지가 농지은행에 다 흡수되는 상황”이라며 “농지가격이 상당히 올라 지역에서 정상적으로 매입하거나 임대차를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을 단위로 청년농이 저렴한 임대료로 농사지을 수 있는 농지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지역 단위로 농지 문제를 해결할 조직이 필요한 것 같다”고 주문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마상진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2000명에서 4000~5000명으로 늘어난 청년농 정책대상 규모가 타당한가”라며 “지방자치단체가 준비가 안 돼 지원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마 선임연구위원은 “내실화가 필요한 때인데 양적 목표가 늘어나면서 감당이 안되고 있다”라며 “청년농 정책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농식품부 조민경 청년농육성정책팀장은 “향후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발된 청년농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통해 사업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라며 “청년농의 귀농 진입이 용이하도록 선도 농민이 맞춤형으로 컨설팅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청년농 정지 지원 실효성을 높이도록 비축농지 매입을 확대하고 농지매매 지원을 개선하겠다”면서 “농지 정보제공시스템 및 농지매물정보 플랫폼 등을 신규 구축해 농지정보 제공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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