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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골볼…결국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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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도시공사 골볼선수단 소속 김남오.
▲ 인천도시공사 골볼선수단 소속 김남오.

“저에게 골볼은 가족 같아요. 정말 좋아하지만 때론 너무 미워서 멀리 떠나고 싶을 때도 있는, 하지만 결국을 다시 돌아오게 되는 그런 존재예요.”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인천 남자 골볼팀 주장을 맡은 김남오(34·인천도시공사)에게 ‘자신에게 골볼이 어떤 의미인지’ 묻자 돌아온 답이다.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기 종목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실명을 당한 퇴역 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고안됐다.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방울이 들어 있는 공을 던져 상대 골대 넣어 득점하는 방식으로 모든 선수가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완전히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한다.

오직 공에서 나는 소리로만 공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해야 해 다른 종목과 달리 골볼 경기 중에는 관중석의 응원이나 어떠한 소음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해 동메달을 획득한 인천 골볼 남자 대표팀 ./사진제공=김신 인천도시공사 골볼선수단 감독
▲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해 동메달을 획득한 인천 골볼 남자 대표팀 ./사진제공=김신 인천도시공사 골볼선수단 감독

임신 7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어나 미숙아 망막증으로 빛을 잃은 김남오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골볼에 빠져들었고 이후 유소년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자란 광주광역시에선 골볼을 마음껏 즐길 장소도, 동료 선수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인 2009년서부터는 한 달에 1~2번씩 인천에 올라와 골볼 활동을 했다.

김남오는 “그때 (고등학교 졸업 후) 안마사로 일하면서 번 돈은 다 광주에서 인천 오고 가는 교통비로 다 쏟아 부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골볼 유소년 국가대표 감독으로 인연을 맺었던 인천혜광학교 박홍규 체육 교사가 김남오가 인천에 올라와 좋아하는 골볼을 계속 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줬다.

이후 2009년부터 인천 대표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나가 메달을 꾸준히 가져왔고 국가대표로 선발돼 뛰었으나 2016 리우 패럴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더 이상 골볼 선수로 뛰는 것은 단념하고 본업인 안마사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내 이름으로 가게를 하나 차리겠다는 마음으로 2017년 인천에 올라왔다. 그동안 전국체전은 계속 나갔지만 더 이상 골볼을 본업처럼 할 순 없고 취미로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2년 인천도시공사가 공공기관 최초로 골볼선수단을 창단하면서 김남오의 인생 행로가 또 한번 골볼 쪽으로 바뀌었다.

그는 “안마 일을 접고 전업 선수로 골볼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은 어색했다. 또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엄청 많았지만 같이 골볼을 했던 동료들과 함께 용기를 내 입단을 했다”고 말했다.

김남오는 시각장애 중에서도 거의 시야가 없는 전맹에 가깝다. 그나마 저시력(약시)이나 단안 실명은 동영상 등으로 해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연구할 수 있지만 자신은 오직 훈련을 통해 감각을 키우는 수 밖에 없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남오는 지역에 골볼 실업팀이 생겨 후배들은 자신이 겪었던 것과 비교해선 훨씬 더 나은 환경과 여건에서 골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고 그럴수록 더욱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남오는 “이제는 좋아하는 골볼을 실컷 하게 된 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라며 “일단 1차 목표는 골볼팀 선수 4명 전원이 모두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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