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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기자의 스포츠人] 5형제 축구선수의 장남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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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사진제공=전형찬

5형제가 다 축구를 했다. 그중 둘이 국가대표로 뽑혔다. 셋은 프로팀에서 뛰었다. 맏형 유동춘(72)의 근황이 궁금했다.

– 축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축구를 좋아했다. 시골에서 채금석 선생님이 픽업해 주셨다.”

– 1935년 메이지신궁대회 우승팀 경성군의 주전 선수였던 군산의 축구 원로 채금석 선생님(1904~1995) 말인가. 특기생도 아닌 일반인도 지도해 주셨나.

“그러셨다. 그때는 군산에 팀이 없어서 선생님한테 개인 훈련을 받았다. 저를 포함, 재능을 보인 선수들을 자비를 들여 서울로 보내주시기도 했다.”

– 한양중, 한양공을 나왔다.

“중학교 3학년을 다시 다녔다. 중학교를 4년 다닌 셈이다.”

– 한양공고 시절에 동기 선후배라면 누가 있나.

“나중에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린 신현호가 동기다. 후배로서는 석동환, 고대로 간 하만욱 등이 생각난다.”

–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좋아서 연대와 한양대 사이에 스카우트 분쟁이 났다.

“맞다. 연세대에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한양재단의 신세를 져서 다른 학교로 가기가 어려웠다. 또 우상권 감독님이 그때 많이 아프셔서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한양대 진학을 결정했다.”

– 당시는 우수선수 신입생 지키기와 관련한 전설이 많다.

“고교, 대학 2년 선배인 박병철 선배 청주 집에 갇혀(?) 있었다. 밤에 다른 팀 관계자가 와서 빼돌릴지 모른다며 팬티 바람으로 재웠다.”

– 한양대 2학년 때 대표팀에 뽑혔다.

“그때 당시에 어린 선수들을 키운다고 공격수들만 4명을 추가로 뽑았다. 나머지 세 분은 3학년, 저만 2학년이었다. 차범근, 유건수, 나상도 선배다.”

– 국가대표로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73년 9월 24일 제3회 박대통령컵 인도네시아와의 경기다. 모 선수가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후반전에 교체 멤버로 들어갔다. 제 국가대표 데뷔전이다. 신나게 뛰었고, 우리가 3-1로 이겼다.”

– 1974년 월드컵 예선 때도 국가대표였다.

“벤치 멤버였고 출전은 못했다. 연장전에 터진 차범근 선배의 골로 절대 강자라던 이스라엘을 1대 0으로 이겼다. 서울운동장이 난리가 났다.”

–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걸린 1장의 출전권을 놓고 호주와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쳤다. 시드니 가서는 0대 0으로 비기고 서울에서는 2-0으로 앞서다 2-2로 비겼다.

“전반에 고제욱, 김재한 선배가 골을 넣었고 바로 실점해 2-1. 후반에 하나 또 먹고 계속 밀렸다. 일주일 뒤 제3국 홍콩에 가서 0-1로 졌다. 이때도 계속 벤치에 앉아 있었다. 호주, 서울, 홍콩에서도 후보 선수였다.”

–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 월드컵 나가면 집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2-0으로 앞섰을 때는 진짜 월드컵 나가는 줄 알았다. 그때가 11월이었는데, 눈도 약간 내렸다. 그래서 호주 선수들이 처음엔 꼼짝 못했다. 추위를 타는 것이 보였다.”

– 날씨에 적응하자 바로 2골을 따라온 건가.

“하여튼 호주 선수들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비교적 수월하게 두 골을 넣었다. 전체적으로는 밀린 경기다.”

– 홍콩에서 열린 최종전은 국민적 관심사였다.

“호주 결승골이 빚맞은 슛이었다. 중거리슛이 희한하게 휘면서 기가 막히게 구석으로 들어갔다.”

– 그 경기 지고나서 한동안 귀국을 못했다.

“일주일인가 열흘을 홍콩에 머물렀다. 협회 관계자가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났으니 바로 오지 말라고 그랬다. 오도가도 못하니 한마디로 죽을 지경이었다.”

– 1975년까지 대표팀에서 뛰고 한 동안 인연이 없었는데 1979년에 4년만에 복귀했다. 그런데 박용주, 유동춘의 태릉선수촌 탈출 사건이 있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거다. 부상 위험이 있는 훈련 지시를 거부하다 그렇게 된 건데, 지금은 후회한다. 대표팀은 8년만에 복귀해 1983년 한일 정기전 때 출전했다. 1-1로 비겼다. 제 대표팀 마지막 경기다.”

– 대표팀으로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 최초의 세계대회 우승엔 주전으로 대활약했다. 1976년 세계대학 선수권대회 우승이다.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중에 축구만 따로 우루과이에서 열렸다. 선진 축구를 배우러 간다고 했는데 우승을 해버렸다. 결승전 파라과이 전에서 제가 골을 넣고 이겼다. 그래서 조광래, 홍성호 등과 함께 프로팀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 그런데 왜 못 갔나.

“군 문제 때문이다. 군대는 대학 다니다 해병대를 갔다. 그때 해병대 선수가 박병철, 한문배, 허정무, 김철수다.”

– 졸업 후엔 강호 기업은행에 입단했다. 1980년 만년 연패하던 서울대 축구부가 기업은행이랑 0-0으로 비겨서 난리가 났다.

“그때 서울대는 동일계 진학으로 서울체고 졸업생인 이용수, 이강석, 강신우 등 좋은 선수가 많았다. 발이 빨랐던 이강석이 그날 경기의 MVP다.”

–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6골을 넣은 적이 있다.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5형제 축구 선수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다.

“4형제는 김정남, 강남, 성남, 형남이 있고 5형제는 저희가 유일하다. 유동춘, 동관, 동우, 동기, 동욱이다. 대학 선발까지 치면 네 사람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 어떻게 5형제가 공을 찼나.

“큰형인 저를 따라서 축구를 했다. 5남 1녀인데 남자 형제는 다 축구를 한 거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 부모님 반대는 없으셨나.

“제가 그래도 두각을 나타내니까 동생들이 한다고 했을 때 반대 안 하셨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광에서 모르는 포대 자루가 나왔다. 끌러보니 뱀이 들어 있더라. 축구하는 아들들 고아 먹인다고 어머니가 몰래 준비하셨던 거다.”

– 은퇴는 1985년 말이다. 1983년에 출범한 프로축구에 안 간 이유는.

“고민 많이 했는데, 안정된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냥 눌러앉았다.”

– 지도자로도 여러 팀을 맡았다.

“국민대학교 감독을 8년 정도 하다 경찰청 창단 감독으로 갔다. 그다음에 대천대학교(현 아주자동차대학), 서울공고, 마지막에는 군산제일고등학교 감독을 했다.”

– 지도자를 할 때 강조한 점은.

“인성 문제를 가장 많이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축구화를 한 치수 크게 신어라. 발가락이 편해야 창의적 패스가 나온다. 농구 패스를 해라. 이건 제가 만든 말이다. 경합지역으로 공을 주지 말고, 외곽 방향이라도 우리가 볼을 소유할 수 있는 쪽으로 공을 줘라. 좋은 패스를 못 주는 선수는 좋은 패스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 지도자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국민대학교 감독으로 갔을 때 주장을 시킨 황영태 선수다. 초임 발령교사가 첫 해 반장을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다. 경찰청 시절에는 부산 출신 정용훈 선수가 있다. 대신고 졸업하고 수원 삼성으로 바로 갔던 미드필더다. 경찰 제대하고 수원으로 복귀했는데 2003년 8월 말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홍제터널 부근이었다. 24살, 꽃다운 나이였다. 제가 경찰청으로 스카우트했던 선수라 더 가슴 아프다.”

–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축구 관계 일은 안 하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씩 조기회에 나가 공을 차고 있다.”

– 팬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좀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저는 아직도 축구를 하며 건강을 유지한다. 축구는 정말로 좋은 운동이다.”

▲ 유동춘은
1952년 군산 출생으로 5형제 축구선수의 장남으로 유명했다. 한양중, 한양공고, 한양대, 해병대, 기업은행에서 선수로 뛰었다. 1972년 청소년대표, 1973년 국가대표로 뽑혔다. 1976년 세계대학축구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이다. A매치 출전 기록은 10경기 출전 1득점이다. 친선경기까지 포함하면 대표팀 기록은 더 늘어난다. 지도자로는 국민대 감독(1988~1995), 경찰청 창단 감독(1996~2000), 아주자동차대 감독 및 경기 지도과 교수(2003~2005), 서울공고 감독(2010~2015), 군산제일고 감독(2016~2018)을 지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는 인천문학구장 경기부장으로 봉사했다. 2006년 브라질 오스카 축구클럽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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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춘(왼쪽)과 장원재 전문기자/ 사진제공=전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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