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최신게임들의 훌륭한 그래픽에 비하면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그래픽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마음에 드는데, 게임 속 유닛들의 표현이 느낌이 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오산이었다. 시작은 화려하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가 사라지는 국산 게임과는 거리가 있는 게임이다. 첫 20분의 밋밋한 전투와 실망감을 뛰어넘는다면 갈수록 높아지는 게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카카오게임즈의 투자를 받은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의 신작 턴제 SRPG다.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재미를 함축하자면 ‘턴제 RPG의 매력 더하기’다. 턴제 RPG가 주는 매력은 물론이고, 그 위에 오리지널 요소를 더했다. 시작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갈수록 전략의 재미가 폭발하는 SRPG 장르의 재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게임도 같은 재미를 제공한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는 것은 사실성이다. 주인공과 아군이 강하지 않다. 적의 공격에 HP가 죽죽 닳는다. 그러더니 결국 죽는다. 두 번째 판인가에서 거의 전멸 지경에 다다랐다. ‘게임 초반인데 설마 이렇게 게임을 끝낸다고?’ 싶었다.
하지만 초반 지급된 ‘공명석’이 신의 한수였다. 이 공명석은 능력치를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을 주인공에게 장착시켰더니 전멸 상황에서 1:3의 전투도 이겨내며 결국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느낌표가 생긴다.
로스트 아이돌론스에는 해외 개발사라 그런지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시스템을 많이 선보인다. 그중 하나가 하이브리드 클래스다. 분명히 법사였는데 무기를 교체하고 나니 전사가 된다. 신기하다. ESC 버튼은 3번이나 눌러서 판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편했고, 스킬이 한 두 개가 아니라 레벨업에 따라 수없이 많은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깊이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기존 SRPG에 있는 반격도 흥미로운 요소다. 다만, 전투 중 인접 시 효과가 나타나는 협력효과는 기존 SRPG에서도 많이 선보인 내용인데, 전투 상황에서 눈치를 채기 힘들었다. UI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 외에도 중간에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점, 야영이나 휴식을 통해서만 체력이 회복되는(그마저도 100%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등,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게임에 끌리게 한다. 무엇보다 뻔한 한국이나 일본식 SRPG가 아니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그래픽 때문에 시작은 끌리지 않으나 할수록 새로운 요소와 재미가 묻어나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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