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력 분야 글로벌 기업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빅스포(BIXPO) 2024’가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한국전력은 ‘직류(DC) 비전 선포’를 통해 제2의 전력망 혁신 실현 계획을 공개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신기술 공개(빅스포 언팩)에는 국내 대기업·스타트업이 차세대 배터리·전력망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전은 이날 광주 KDJ컨벤션센터 다목적 1홀에서 신기술 전시회 국내외 150여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BIXPO 2024’ 개막식을 개최했다. 행사는 사흘간 진행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개회사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과 제2의 전력망 인프라 혁신,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신산업 창출이 필요하다”며 “이번 빅스포에서 미래 에너지와 새로운 비즈니스 통찰력을 제공하겠다. 처음 시도되는 신기술 공개 행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DC 신사업 추진을 위한 비전도 선포했다. 한전은 △DC공급 인프라 확대 △기술혁신과 표준화 △DC공급 정책과 시장조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 사장은 “전력 패러다임이 교류에서 직류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직류전원이 대폭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자기기 등 직류부하가 확산하며 직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류는 교류보다 효율성과 안정성, 친환경성에 장점이 있어 탄소중립과 에너지효율이 최우선시 되는 만큼 미래 전력산업에서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이 흐름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빅스포 언팩은 전력 분야 종사자, 관람객의 호흥을 얻었다.
첫 번째로 기술 소개에 나선 스탠다드에너지는 바나듐이온배터리(VIB) 핵심 기술과 사업 로드맵을 제시했다.
VIB는 전극에 바나듐 화합물을 코팅하고, 전해질로 물을 사용하는 이차전지다. 생애 주기가 길고 급속 충·방전에 유리한 게 장점이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날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용 VIB의 새로운 폼팩터로 ‘에너지 타일’을 소개했다. 타일 형태의 VIB를 벽이나 바닥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 공간 문제를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날 VIB 셀 관통 실험도 시연했다. 완충 상태 VIB는 셀을 드릴로 뚫었지만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은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를 충족하기 위한 배터리의 조건은 안정성·경제성·기술성숙도이고 이런 관점에서 개발한 새로운 배터리가 VIB”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타일 한장이 배터리 셀 한 개 역할을 한다”면서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대용량 ESS를 가정에 설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S일렉트릭은 꿈의 기술로 꼽히는 ‘초전도 전력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초전도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 핵심 솔루션 ‘초전도 전류제한기'(SFCL) 등을 전시하고 초전도 기술 기반의 미래 전력망을 제시했다.
초전도 전류제한기는 낙뢰 등 계통에 임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1~2ms(1ms=1000분의 1초) 이내에 고장전류를 빠르게 감소시키고, 고장전류의 크기를 정상전류 수준으로 빠르게 전환해 사고전류로 인한 전력설비 손상을 최소화한다.
초전도 전류제한기는 신재생에너지발전과 분산전원 연계로 인한 고장전류 관리 등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지 LS일렉트릭 미래신성장연구팀 매니저는 “초전도 기술을 전력 분야에 적용하면 친환경, 효율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전 부문의 전기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대규모 전력수요 등으로 우리 전력 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새로운 기회에 놓였다”며 “글로벌 에너지와 전력산업 성장세에 우리 기업들이 올라타 그동안 국내 시장에만 머물렀던 전력산업 경계를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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