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 팀은 뭐가 문제냐.”
박건우(34, NC 다이노스)는 7월26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서 박세웅의 투구에 두 차례 손목을 맞고 시즌을 접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동안 깁스로 손목을 고정한 채로 살아야 했다. 잘 때도 벌서듯 팔을 세워놓고 잤다는 게 본인 얘기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어느 여름 날. 당시 전형도 수석코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박건우에게 대뜸 “네가 볼 때 우리 팀은 뭐가 문제냐?”라고 했다. 전형도 코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박건우에게 이 참에 야구공부를 좀 더 하길 바랐다.
그렇게 박건우는 야구를 좀 더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이호준 감독 취임식 이후 “이 상황이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쳤을까? 안 쳤을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면서 야구를 봤다. 야구를 계속 보다 보니 많이 공부가 됐다”라고 했다.
거창하게 깨달음이라고 하진 않았다. 그러나 깨달음은 깨달음이다. 박건우는 “이런 볼카운트에서 이런 걸 노리면 좋겠다, 타석에서 이때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 마냥 2B라고 직구만 노리면 안 되는구나 싶다”라고 했다.
투수의 심정, 상대 벤치의 심정까지 한 발 벗어나 야구를 바라보면 또 다른 시선을 접할 수 있다. 박건우는 “투수들도 이제 변화구 컨트롤이 많이 좋아졌다.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잡는 경우가 늘었다. 타석에선 급하다 보니 그런 게 안 보였는데 외부에서 보니까 되게 많이 보이더라. 공부가 많이 됐다”라고 했다.
코치가 화두를 던진 건, 알고 보면 박건우가 앞으로 야구를 더 잘 할 수 있길 바라는 배려였던 것 같다. 동료들이 매일 그라운드에 나가는데, 아무 것도 하지도 못하고 손목만 쳐다보며 속상한 제자의 마음을 헤아렸다.
박건우는 베테랑이다. 이호준 감독은 베테랑이 팀의 문화를 잘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팀 문화가 잘 잡혀야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박건우는 최근 이호준 감독과 면담도 했고, 곧 베테랑들과 식사도 한다. 큰 틀에서 보면, 또 한번 야구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시간이다.
방망이 치고 글러브로 공 받는 것만 야구가 아니다. 박건우가 손목을 다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참에 또 다른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내년에 더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차근차근 만들고 있다.
박건우는 “이호준 감독님 있을 때 우승한번 하고 싶다. 지금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 올라와 주고 있으니까.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다. 다 잘할 것 같다. 내년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올해 못했던 것까지 내년에 좀 더 잘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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