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마쳐가고 있다. 투표는 미국 50개 주에 따라 시작 및 종료 시간이 조금씩 다르고 우편투표의 비율이 높아 개표 지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게 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하루 전까지 백악관 입성의 열쇠인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이긴다면 다섯가지의 원인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힘든 경쟁 받아들인 해리스…1주일만에 60만번 방문하고 300만건 전화통화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힘든 경쟁’을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존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및 건강리스크, 잦은 말실수 등의 문제로 후보직에서 사퇴하게 되면서 민주당 후보 자리에 올랐다. 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피츠버그 유세에서 피격 사건 이후 오히려 강한 이미지를 장착하고 민주당 후보를 압박해왔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유가 등 전반적인 물가상승과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바이든 행정부를 이어가면서도 변화를 갈구하는 미국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보여줬어야하는 것이다. 투표 몇주 전까지 밀리는 듯 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마지막날까지 유세에 집중하면서 결국 투표 직전 초접전 상태로 만들었다.
해리스 부통령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다. 민주당에게 투표율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해리스 캠프는 사무직 직원들과 노조위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전국 353개 사무실에 2500명의 직원을 파견하여 투표를 독려했다. 단 1주일 새 캠프는 60만회 이상 방문했으며, 전화통화는 3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는, 접전에서 투표율이 차이를 만든다는 이론을 증명하는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낙태권 등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이번 선거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헌법상으로 낙태권을 보장한 로대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치러지는 첫 대선이다. 낙태권 보호에 우려를 표한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낙태권을 강조하는 광고에 어떤 주제보다도 더 많은 돈을 썼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트럼프도 아니지만, 바이든도 아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는 데 중요한 또다른 두가지 요인은, 그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니고 바이든 대통령도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 막바지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말과 인지력, 고령 논란에 시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등장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언급했는데, 경합주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펜실베이니아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가 많은 곳이다.
그 외에도 인터뷰 도중 말실수를 하거나 인지력이 떨어지면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부분이 민주당에게 약점으로 잡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상황을 공격 소재로 삼았는데 그는 “여러분들의 할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했다면 얼마나 걱정이 되겠나”라며 “우리는 더 늙고, 더 미친 트럼프가 안전장치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8살이나 어리며, 여성이다.
동시에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점을 보여주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뜻이 된다. 지난 4년간 백악관에서 업무를 본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겟이 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추락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기없는 정책과 연결하려 했으나, 해리스 부통령은 끊임없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다른 점을 강조했고 그녀가 승리한다면 이런 전략이 대중들에게 성공적이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에는 ‘최초의 여성, 흑인, 아시아계 미국인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은 점이 작용하게 된다. 2016년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자신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임을 유세에서 강조했지만 끝내 패배했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만의 특이한 정체성을 강조할 필요가 없었는데, 10월 말 기준 NYT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들 사이에서 54% 대 42%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55% 대 41%로 해리스 부통령을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한다면 자신의 특이점을 강조하지 않는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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