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부동산 지분을 보유하면서 직접 거주할 수 있는 주택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품을 제안했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어 임대와 소유의 중간 단계로 평가된다. 한은은 이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줄여 가계부채 누증을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나현주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과장과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은이 한국금융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리츠를 활용한 주택금융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유형의 리츠를 ‘한국형 뉴(new) 리츠’라고 이름 지었다.
◇ 리츠 투자와 주택 거주를 동시에… 매각차익도 누려
한국형 리츠는 투자수익만 나눠 갖는 일반 리츠와 달리 투자자에게 거주 기회도 제공한다.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투자자는 리츠가 소유하는 주택에 거주하다가 퇴거 시 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택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리츠에 투자하면서 배당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리츠 지분을 매도하면 매각차익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전용 84㎡ 아파트를 운용 중인 한국형 리츠 상품이 있다고 치자. 투자자는 1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입해 주기적으로 배당금을 받고,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다. 만약 거주를 희망한다면 매달 250만원을 임대료로 지불하면 된다. 5~10년간 거주한 뒤 퇴거 시점에 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연구진은 서울 인근에 이 상품을 도입할 경우 투자자들이 100% 안팎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06년에 매입한 서울 주택을 10년간 보유한 뒤 집을 팔았을 때 평균 수익률이 113%였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보유기간이 9년에서 8년 등으로 짧아져도 평균 수익률은 100%, 87% 등으로 유지됐다.
거주 목적으로 리츠에 투자하는 가계는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다. 공공이 참여하는 만큼 월세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될 여지가 있어서다. 예컨대 주택도시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립해 공공임대용지를 개발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의 경우 임대료 상승률은 최대 5%로 제한했으며, 초기임대료는 주변시세의 95% 이하로 정한 바 있다.
김경민 교수는 “전세와 월세는 자산축적이 불가능하지만 한국형 리츠에 참여하면 투자 수익을 공유하면서도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 주택법상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보증금을 사용해 리츠에 투자하고 자산을 축적한 뒤 상위 단계인 매입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사다리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 한은 “한국형 리츠, 가계부채 조달 필요성 줄일 것”
연구진은 한국형 리츠가 개인의 자산 축적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계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리츠사의 지분을 획득하면 배당과 지분매각 차익을 얻으며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어 은행에서 부채를 조달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연구진은 “리츠를 통한 주택 공급이 증가하면 전세가격이 안정화되어 전세대출과 갭투자 및 관련 주택담보대출 등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집중됐던 주택가격 변동 리스크를 다수의 민간투자자에게 분산함으로써 거시건전성 관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질의 주택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봤다. 가계는 한국형 리츠를 통해 양호한 입지와 거주여건을 가진 지역에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선진화된 시스템을 가진 자산관리회사(AMC)가 주택을 관리하므로 기존의 임대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증금 반환, 시설물 하자 관련 문제가 줄어든다.
하지만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연구진은 먼저 “리츠사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보유한 공공택지를 조성원가 수준으로 매입 또는 임차하거나 신규 분양주택을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리츠사가 공급하는 주택에 대해 건폐율, 용적률의 법적 상한 적용 등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제도 참여 유인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또 “리츠사의 등록면허세·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을 낮추는 한편, 리츠투자자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 감면, 임차료 세액공제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또 상장리츠의 경우 부동산간접투자 수익을 국민에게 재분배하는 순기능이 있는 만큼, 배당소득세를 완화해주는 등 개인의 투자유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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