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휴대전화 사진첩에 가득한 꽃 사진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산책을 좋아하는 엄마의 사진첩에는 늘 풍경 사진이 가득합니다. 같이 여행을 가면 사진기자인 저보다 훨씬 많이 사진을 찍으시니까요. 예전에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포토 굿즈를 이어나가면서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됩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이번엔 가을밤 궁궐 산책을 준비했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예약 때마다 ‘광클’이 필요한 국가유산진흥원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달빛기행은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초청하기도 합니다. 달빛 아래 청사초롱을 들고 전문해설사와 함께 궁궐 곳곳을 관람하며, 각 전각에 대한 해설과 전통예술공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가을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고 아무도 없는 창덕궁 안을 거닌다는 특별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전문해설사의 설명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희정당에 멈춰선 천대중 해설사가 현관 단청 속 박쥐에 관해 설명합니다. 왜 그려졌는지, 무슨 의미인지까지도요.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행복도 비슷합니다.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아요. 은은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예상치도 못한 말 한마디에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그 뒤로도 창덕궁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해설과 함께 일상과 행복에 대한 따뜻한 해설이 이어졌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나자 아주 큰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일상 속 은은한 행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노랗게 변해가는 은행잎, 동네 산책길에 춤추는 강아지풀,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은 퇴근길 가을바람…. 같이 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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