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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손 내밀어주길”…‘공적돌봄 강화’ 외친 장애인지원·영케어러 등 시민들

투데이신문 조회수  

31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진행된 ‘10·29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에 참석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우리가 직접 이야기합니다.”

10·29국제돌봄의날을 맞아 장애·청년·양육자·노동·여성 등 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우리 사회에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목소리 내는 시간을 가졌다.

10·29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31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10·29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증언대회는 아동돌봄, 노인돌봄, 돌봄청년, 장애인돌봄, 장애당사자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돌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바람을 통해 우리 사회 돌봄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발언자로 나선 정치하는엄마들 권영은 공동대표는 “인간은 전 생애를 걸쳐 돌봄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며 “저 역시 엄마가 되고 나서야 돌봄을 받으면서 그간 성장했고 이후 돌봄의 당사자로 그 어깨가 참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동돌봄에 대해서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이후 아이와 엄마에게 주어진 돌봄의 무게와 사회적인 고립 속에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더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 노동환경 개선,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강석금 국장은 자신의 부모 간병 경험을 언급하며 노인돌봄종합서비스의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강 국장은 “간병 과정에서 많은 일정과 복잡한 병원 동행, 가정 내 돌봄, 입원 간병, 비용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중에 노인돌봄종합서비스가 있음을 알게됨과 동시에 아버지가 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먼저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운영에 대한 정보 등의 안내를 자녀들에게 해 미리 논의, 계획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돌봄 대상자에게 맞는 맞춤 돌봄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노인돌봄종합서비스에서 장기요양등급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노년의 삶도 그리 부정적이지 않음을 느끼는 과정에 국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영케어러(Young Carer)’라고 소개한 돌봄청년커뮤니티n인분 강하라 활동가는 돌봄청년들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심리상담, 유연한 직업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활동가는 “여전히 사회 속에는 영케어러, 지적 장애인도 없는 것 같다”며 “영케어러, 즉 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야 하며 이들이 사회에서 밀려나는 게 아니라 학교, 지역, 직장 등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속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케어러가 돌봄 당사자와 분리되고 싶다면 분리해 주는 지원이 필요하고, 함께하고 싶다면 마음의 근력을 심어줄 수 있는 심리와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지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돼야 하며,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 가족 지원센터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애 등록이 되기 전부터 복지를 신청하기 전부터 사회가 먼저 손 내밀어주면 좋겠다”며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는 단 한 명도 없다. 계산적이고 차갑기만 한 세상에서 느린 이들을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31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진행된 ‘10·29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을 향해 돌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장애인돌봄에 대해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부 김기순 조합원은 “장애인 가족이자 2006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라며 “지원사들은 아파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대체인력이 없으며 근골격계 등이 아파도 산재적용을 받을 수 없어 대부분이 본인부담금으로 치료해 가며 활동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유급병가, 실업급여가 보장돼야 한다. 지원사가 처우가 나빠서 일터를 떠나게 되면 그 빈자리는 가족들이 채울 수밖에 없다”며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는 무급·유급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고 전문인력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당사자의 증언도 나왔다. 다른몸들 박목우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중심 모델은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는 물론 서비스 전달 체계에 있어서도 예방보다 치료중심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퇴원 후 일상생활 속에서도 정신장애인은 지속적인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 및 비영리단체의 지속적인 지역 정신건강 프로그램 운영, 종교계 등 제3부문의 적극적인 파트너십 동참, 정신장애인 당사자주의 운동 등이 지역사회에서 모색해 볼 수 있는 대안”이라며 “특히 사회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자본’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위는 △국가 책임·공공중심 돌봄체계로 전환 △모든 시민에 대한 전 생애 권리기반 돌봄체계 구축 △ 남성생계부양자 모델 타파 후 ‘보편적 돌봄제공자 모델’로 재구성 △충분한 돌봄노동 인력 확보 △사회서비스 시설 국가 및 지자체가 직접 운영 △ 돌봄노동의 가치 재평가 △돌봄노동자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 △돌봄기본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이후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을 향해 돌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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