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급여 지급 주기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월 1회에 집중된 급여 지급 방식을 월 2회 또는 2주 1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자금 유동성을 높이고, 기업들이 보다 유연한 급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급여지급주기 해외사례 연구 및 다양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정부는 직장인의 자금 유동성을 위해 급여 지급 주기를 기존의 월 1회에서 주 1회, 2주 1회, 월 2회 등으로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멕시코 등에서는 월 2회 또는 2주에 1회 급여를 지급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된 상태다. 실제로 미국의 52개 주 중 33개 주에서는 월 2회, 15개 주에서는 2주 1회, 11개 주에서는 주 1회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뉴욕주의 경우 육체노동자는 주 1회 급여를 받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직원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서 근무할 때도 월 2회씩 급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여 지급 주기를 단축하면 개인의 자금 유동성을 개선할뿐만 아니라 임금 체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개인의 자금 유동성이 개선되면 소비가 증가해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 시스템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급여를 더 자주 받으면 신용카드 선결제 이용자들의 비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출 상환 주기가 짧아지면서 다양한 금융 상품들이 나오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가사 근로자 사례는 급여 지급 주기 변화가 자금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예다. 필리핀에서는 월 2회 급여 지급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월 1회 지급 방식이 적용되면서 가사 근로자들의 반발이 생겼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서울시 소속 필리핀 일부 가사 근로자들이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근로자들이 월 1회 또는 2회 중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크페이와 같은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피크페이는 근로자가 급여일을 기다리지 않고 주급 형태로 나눠 받거나, 일한 만큼의 급여를 미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사실상 ‘가불’ 서비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현행 월급제 아래서 자금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을 위한 틈새시장을 공략한 서비스로, 급여 지급 주기 다양화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행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급여를 자주 지급하게 되면 급여 관리 업무가 복잡해져, 인사·노무 관리 부서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급여 지급 주기를 확대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스템 구축이나 관리 업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근로자 만족도가 향상되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 43조 제2항에서는 임금을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에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급여 지급 주기를 월 2회 또는 2주 1회로 변경하는 데 법적인 제약은 없다. 기재부는 이러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급여 지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내년 중순까지 연구 용역을 통해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기재부가 기업에 급여 지급 주기 다양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급여 지급 방식 다양화에 대한 정보들을 정리해 기재부 홈페이지에 올리고 홍보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수요에 따라 기업이 급여를 월 2회나 2주 1회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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