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서부 전선 가까이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북한군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실제 전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단계적 대응’을 검토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군의 실제 전투참여를 사실상 기준점으로 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 러시아 투입 북한군 1만 1000명 이상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와 우방국 정보 당국은 이미 실행된 북한군 파병 규모를 최소 1만1,000명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중 3,000명 이상은 이미 러시아 서부 교전 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은 러시아의 군복과 무기체계를 사용하면서 러시아 군체제로 편입된 위장 파병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실제 전투에 언제 참여할지는 계속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물론 우크라이나와 미국, 일본 정부 등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동부 지역에서 현지 적응 훈련 등을 거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파병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내비쳤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북한군이 공식적으로 전투에 참여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부에 있던 북한군이 서부 전선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참여할 가능성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병력이 실제 전투에 참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 CNN은 서방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상당수의 북한군이 이미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안보의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병의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전투에 투입되면서 얻게 될 실전 경험과 현대전 전술 등이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곧 남북 간 군사 경쟁의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데 힘을 실을 전망이다. 북한군의 활동 정황을 살피고 분석할 ‘모니터링팀’을 구성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방국에 북한군의 활동 전황을 살피고 분석, 모니터하는 의무가 주어졌다”며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우방국들과 접촉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크 루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연달아 통화한 데 이어 전날(29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날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관련한 정보공유와 함께 긴밀한 대응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질적인 ‘단계적 대응’은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가시화될 때 이뤄질 전망이다. 이러한 계획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인 협력 논의는 우크라이나 특사가 한국에 도착한 뒤 논의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의 개시가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그리고 우리의 안보를 지켜야 된다는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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