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잇달아 마련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기업으로서의 청사진과 더불어 경영 효율을 개선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다음달 5일 자율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밸류업 청사진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지난해부터 연간 배당금 1960원을 보장하며 적극적 주주환원책을 이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3분기까지 분기마다 주당 500원씩 배당금을 지급했다. 올해에만 약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다.
KT가 새로 공개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분야 전방위 협력 방안 등 AICT 기업 전환을 위한 구체적 비전이 담길 전망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MS와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해 누적 매출 4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자회사 신설과 인력 재배치 등 조직개편을 통한 본사 수익성 개선 전략도 언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희망퇴직과 함께 망 유지보수·개통 관련 조직을 신설법인으로 이관하는 경영 효율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인건비가 줄어 당기순이익이 늘면 ROE를 높일 수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KT의 ROE는 작년 6.05%에서 올해 6.74%, 내년에는 7.94%까지 개선될 전망이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KT 인건비 감소 효과를 연간 3000억~5000억원으로 추정시 내년 총주주환원수익률은 최소 6.2%에서 8% 중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SK텔레콤도 지난 24일 통신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를 내놨다. SKT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는 한층 강화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과 AI 사업 비전 등이 담겼다. 지난해 9.6%였던 ROE를 2026년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AI 매출 비중을 35%까지 높여 총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SKT는 통신과 AI를 핵심 축으로 자산 생산성 향상, 재무구조 개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 성숙기에 접어든 통신사업에서 내실화·효율화를 추진하고 AI 사업을 빠르게 키워 매출액순이익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는 아직까지 밸류업 프로그램 마련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내달에는 AI 통화비서 ‘익시오’를 출시하고 AI 고객 가치 강화를 위한 구체적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통사의 밸류업 노력과 함께 3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이통 3사의 합산 영업익은 1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T는 분기 연속 영업이익 5000억원 돌파가 예상되며 KT도 영업이익이 작년동기 대비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T 주가는 13년만에 최고점을 돌파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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