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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스타일] 결핍을 넘어, 예술이 된 건축 거장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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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가구공장 비트라 소방서.

결핍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이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인간 주체는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와의 분리에서 오는 근원적 결핍을 가지고 있고, 주체는 그 자체로 온전하지 않고 더 크고 더 근본적인 것의 일부라고 여기므로 지속적으로 결핍이 남아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한다.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필자는 ‘결핍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오사카 출생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스미요시 주택(1976), 나오시마 현대미술관(1995), 포트워스 현대미술관(2002) 등이 있다. 안도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건축가로 유명하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프로복서로 데뷔해 2년 동안 권투선수로 활동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이전부터 막연하게 꿈꾸었던 건축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 교육을 받지 않고 여행과 독학으로 건축에 입문했다. 일본의 주요 사찰이나 신사·유원지 등을 방문하고, 공예가와 도시 설계자에게 도제 수업을 받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건축을 체득해 나갔다. 이후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루이스 칸과 같은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보며 견문을 넓혔다. 그 후 1969년 28세 때 고향 오사카에 안도 타다오 건축사무소를 설립하며 안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또 한 명의 건축가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로 친숙한 자하 하디드이다. 자하 하디드는 195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1972년 런던 건축협회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1977년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승 렘 콜하스, 엘리아 젱겔리스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건축사무소(OMA)에서 실무를 익혔다. 30세가 되는 1980년 런던에 자신의 이름을 딴 사무소를 열었다. 하디드는 1920년대 러시아 아방가르드 건축가들의 영향을 받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지나치게 관습을 뛰어넘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건축물 없는 건축가’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독일 바일에 있는 가구 공장 비트라의 회장 롤프 펠바움이 공장시설 안의 소방서 건물을 그에게 주문하면서 비로소 도면 위의 설계가 실제 건축물로 탄생하게 되었다. ‘돌로 된 번개’라는 별칭이 붙은 비트라 소방서는 날카로운 모서리와 하늘로 치솟는 박공을 가진 미래주의 건축물로 크게 주목받았으며, 그 후 베이그이젤 스키 점프(2002), 파에노 과학센터(2005), BMW 센트럴 빌딩(2005),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2005) 등을 설계하며 2004년 프리츠커상의 첫 여성 수상자가 되었다.

안도 타다오와, 자하 하디드가 그들만의 독창적인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안도 타다오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결핍, 자하 하디드는 이라크 출신 여성이라는 결핍을 메우려는 시도가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어떤 이는 결핍을 극복하여 성과물을 창조하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핍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최익성 ㈜건축사사무소 다자인 대표·건축사
▲ 최익성 ㈜건축사사무소 다자인 대표·건축사

/최익성 ㈜건축사사무소 다자인 대표·건축사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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