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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지지 거부했다 ‘역풍’… 워싱턴포스트 구독자 20만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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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 사옥. 사진=flickr
▲ 워싱턴포스트 사옥. 사진=flickr

워싱턴포스트(WP) 사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 대한 WP의 지지 선언을 막았다는 의혹이 나오자 WP 전체 10%에 가까운 구독자들이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조스는 입장을 내고 해리스 지지 사설을 거부한 것이 개인 이익 때문이 아닌 매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미국 NPR 보도에 따르면, WP가 이번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 28일 정오까지 20만 명 이상이 WP의 디지털 구독을 해지했다. NPR은 “전체 유료 구독자(지면 포함) 250만 명의 8% 정도”라며 “해지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마틴 배런 전 편집장은 NPR에 “이 결정이 3년 전, 2년 전, 심지어 1년 전에 내려졌더라도 괜찮았을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기 불과 몇 주를 남겨놓고 급하게 결정됐으며 내부 편집위원회와 진지하게 논의하지도 않았다. 원칙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결정이) 내려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성향 신문으로 분류되는 WP가 36년 만에 처음으로 후보 지지를 밝히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윌리엄 루이스 WP CEO는 지난 25일 “WP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후 노조가 비판 성명을, 편집인은 사의를 표명했다. 오피니언부 필진 19명도 WP의 결정이 “끔찍한 실수”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사진=flickr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사진=flickr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WP 내부 편집위원회는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 사설 초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베이조스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데이비드 시플리 WP 편집장과 윌리엄 루이스 CEO는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전통을 포기하지 말자는 주장을 사적으로 제기했지만 베이조스가 관행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자신이 설립한 아마존, 블루 오리진 등의 기업 때문에 행정부와 이해관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우려해 해리스 후보의 지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베이조스는 28일 ‘어려운 진실: 미국인들은 뉴스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글에서 회사의 결정은 WP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베이조스는 “올해 여론조사에서 언론인은 의회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며 “우리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컨트롤이 가능한 부분에선 더 열심히 컨트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대선 후보 지지를 거부하는 것 자체만으론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조치”라며 “선거와 좀 더 멀리 떨어진 시점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는 의도적인 전략이 아니라 불충분한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WP는 2017년 ‘민주주의는 암흑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 슬로건을 발표하며 홈페이지 첫 화면과 신문 제호 아래에 해당 문구를 삽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 비판 언론을 ‘가짜뉴스’(fake news)라고 비판하던 트럼프 행정부와 정면 대응한다는 취지로 해석돼 구독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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