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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급을 포함한 북한군 일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치 중인 전선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실제 전투 참여가 임박한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고위급을 수시로 파견하며 밀착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미국, 유럽 등과 공조를 강화하며 전선 밖 외교전도 불꽃이 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9일 서울 내곡동 본부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북한의 동향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올해 안에 북한이 러시아에 모두 1만 900명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군 일부는 최전선에 배치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3000여 명이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훈련 중’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국정원은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확정적으로 이동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파병 인원 중 고위급 군 장성이 포함됐을 개연성도 보고 있다. 국정원은 또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 가능성과 더불어 북한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시험발사 같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파병 소식이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고려해 철저한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군대 비밀 누설을 이유로 장교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파병 부대 소속 병사에 대한 입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파병 군인 가족에게는 훈련을 간다고 거짓 해명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주민 사이에 파병 소식은 점점 퍼져나가는 형국이다. 국정원은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주민과 군인들의 동요도 감지된다”고 보고했다.
파병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긴박하고 긴밀한 관계도 우리 정보망에 포착됐다. 양국이 고위급을 서로 파견하며 추가 파병과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위성 기술 전수나 경제적 협력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 국정원은 “23~24일 모스크바와 평양을 왕복한 러시아 정부의 특별기에는 북한군 파병에 관여하는 러시아 안보 핵심 관계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반발에 직면한 파병 문제와 관련한 이견을 조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후 양측이 모두 사실상 파병을 인정한 것은 러시아 측 인사의 방문 이후라고 국정원은 전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전날 러시아를 방문한 것 역시 추가 파병과 북한이 얻을 반대급부 등에 대한 후속 협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응해 한국 역시 미국·캐나다와 연달아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여는 한편 유럽연합(EU)과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외교전을 펴고 있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에 대한 브리핑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고 있는 정부 대표단은 이어 우크라이나로 이동할 예정이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와 협의 결과에 따라서 (모니터링단 파견과 관련된 사항이) 구체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다음 달 한국을 찾아 ‘제1차 한·EU 전략대화’를 개최한다.
국정원은 올해 북한 노동자 4000여 명이 러시아로 파견됐으며 올 6월 러북 신(新)조약 체결 이후 광물을 비롯해 국제 제재를 받는 금수품에도 이면 합의가 이뤄지는 등 경제 분야 협력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우리 안보와 직결됐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북한이 한국군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대해 “러시아 파병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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