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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北 파병, 러에 계속 경고하고 나토 등과 협력해 대북 억제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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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北 파병, 러에 계속 경고하고 나토 등과 협력해 대북 억제력 높여야”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이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격자 동맹과 나토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러시아 쿠르스크주 전선에 집결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겸 통일학연구원장은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을 넘겨주고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이어 “한국과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긴밀히 협력하고 공조하면서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계속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론직설] “北 파병, 러에 계속 경고하고 나토 등과 협력해 대북 억제력 높여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경고해야 한다. 경제·군사 등 여러 측면의 조치를 고민하겠다는 것을 계속 얘기해야 한다. 북한군이 어떤 수준으로 얼마만큼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자’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이것을 노린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 끝낸다고 공약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휴전 협상을 하도록 하는 데 만약 우크라이나가 응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보 위협에 놓인 우크라이나와 나토는 이를 수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나토는 올 7월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등장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유럽이 독자적으로 지원하는 계획도 짰다. 여전히 변수들이 많다.

-러시아가 단계적 대응을 경고한 한국 정부에 대해 오히려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처럼 진지전·포격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병력 지원은 도움이 되지만 교착된 전장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조심스럽지만 우리가 가진 K2 전차, K9 자주포와 같은 포병 전력은 전장 환경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준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게 아니라 러시아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무기·기술을 북한에 지원한다면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파병의 대가로 항공 전력이 약한 북한에 S400 방공 미사일, 신형 미그기, ICBM 재진입 기술, 다탄두 기술, 핵추진잠수함 기술 등을 줄 수 있다. 이런 핵심 기술들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위협이 된다. 이전에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이나 KN-23 단거리 미사일을 지원받고 식량·원유‧비료·현금 같은 것을 반대급부로 줬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제는 더 큰 것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러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북러 조약 4조에는 ‘침략을 받을 시 군사적인 모든 협력·지원을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침략한 전쟁이다. 조약이 러시아 의회에서 비준되기도 전에 북한의 무기와 병력이 지원됐다. 북한·러시아 같은 정치체제는 제도화된 조약보다도 전례가 훨씬 중요하다. 한 나라가 가서 피를 흘리고 싸우면 동맹국도 당연히 와서 싸워주는 식이다. 6·25전쟁 때 중국의 참전 이유 중 하나도 국공 내전 당시 많은 조선인 공산당원의 참전이었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게 맞다.

-한반도 유사시 이해관계가 밀접한 중국도 참전할 수 있는가.

△중국은 오히려 신중히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참전은 미국과 한판 붙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가능하다. 북한에 한국과 한미 동맹을 반대하는 정권이 있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전제이다. 이게 무너지면 참전하겠지만 제한적 수준이고 그 전에 미국과 소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파병으로 커지는 안보 리스크에 대해 어떠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하나.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해 북한을 억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초래하고 한반도 안보와 결코 분리돼 있지 않다는 게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나토 국가들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후 훨씬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려를 표명해왔는데 이번에 북한이 병력까지 보내자 그만큼 더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어깃장으로 해체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을 대신할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에 훨씬 더 많은 나토 국가들이 참여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22년 유럽에서는 나토 중심의 집단 안보 체제를 유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양자 동맹들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격자 무늬 동맹’을 국가 안보 전략으로 발표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격자 동맹과 나토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중국이 자주 대만 포위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생기면 한국과 일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전구(戰區)로 만든 지 10년이 넘었다. 이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 합참의 통제를 받는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이 지역에 전진 배치된 전략자산을 모두 활용해 대응한다. 이와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곳이 대만해협과 한반도이다. 대만 문제가 남의 문제라는 주장은 한미 동맹 체제에서 나가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물론 주한미군의 편제와 무기 체계는 북한 대응에 맞춰져 있어서 대만해협에 투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후방 기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월 한미일의 캠프데이비드 협정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대만해협의 위기로 주한미군이 움직일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일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논의하지 않으면 정말 위기가 발생했을 때 훨씬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안보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가.

△미국이 2022년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앞으로 10년이 ‘중요한 10년(decisive decade)’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정부가 만든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국·러시아에 대응하는 방안을 아우르는 큰 틀의 안보 전략으로 정교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 길로 가려면 이전과 달리 우리에게 책임과 비용이 따른다. 2018년 하반기부터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 시작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30년 이상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양쪽 사이에서 줄타기는 안 된다. 한미일 협력과 격자형 동맹이 강화될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가 부담을 지더라도 북한에 대한 억제력은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면 북핵의 효용성이 없어질 수 있고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보 전략의 일관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우리 입장이 ‘갈 지(之)’ 자처럼 돼버리면 동맹국에 한국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적성국에 ‘흔들면 흔들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 후보 측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확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5%에서 3.5%로 증액 등을 주장했는데.

△그가 당선된다고 동맹이 깨지고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다. 기존 동맹국과 우호국과의 관계를 활용해 그들로부터 비용을 더 받아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비용을 더 내는 대신 반대급부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가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면 대신 어떤 것들을 요구해야 하는가.

△우리도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게 시급하다. 원전 내에 사용후핵연료가 거의 꽉 들어찼지만 보관할 영구 저장 시설을 짓지 못해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빚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재처리하면 부피가 20분의 1로 줄어드는 만큼 재처리가 절실하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협력을 얻어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 동결-대북 제재 완화 교환’을 시도한 적이 있다. 미국 대선 이후 북핵에 대한 미국의 전략 변화 가능성이 있는가.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북한보다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북한 핵 문제는 2018·2019년에 해봤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번에 좌절을 느꼈던 만큼 쉽게 만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외교안보 상황에서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굉장히 불확실한 10년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의 재등장 가능성을 포함해 세계 질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망망대해에서는 지표 없이 다닐 수 없다. ‘국익·실용 외교’라는 것은 모호한 개념이다.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원칙인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라는 확실한 원칙을 내세워야 한다. 법치, 자유무역, 열린 다자주의, 항행의 자유, 힘을 통한 현상 변경 반대, 핵 비확산 등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국가의 대전략과 안보 전략을 짜서 실행해야 한다.

◆He is···

1968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 여의도고를 졸업했다. 연세대 사회사업학과 재학 중 미국 사우스웨스트뱁티스트대로 옮겨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보스턴칼리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 서울대에서 외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과 대외협력실장을 지낸 뒤 한동대 교수를 거쳐 현재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과 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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