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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간형 로봇, 스마트폰처럼 쓰는 세상 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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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이 오늘도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매진하게 만드는 이유다. ‘쓸모없다’는 지적을 받음에도 말이다. 국내도 이와 유사한 꿈을 좇는 로봇공학자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연구자는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박설민 기자
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이 오늘도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매진하게 만드는 이유다. ‘쓸모없다’는 지적을 받음에도 말이다. 국내도 이와 유사한 꿈을 좇는 로봇공학자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연구자는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4차 산업시대가 시작되면서 우리 일상 속에 ‘로봇(Robot)’이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공항 등 공공시설에선 누구나 안내로봇을 쉽게 볼 수 있다. 청소, 룸서비스를 로봇이 맡는 호텔도 생겼다. 뿐만 아니라 동네 작은 식당을 가도 서빙로봇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상과학영화 속 생활 모습이 실제가 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로봇 시대’가 열렸음에도 아직 상용화가 먼 로봇이 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다. 인간의 팔과 다리를 흉내 낸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반 바퀴로봇, 4족보행로봇보다 제작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비용·생산 효율도 부족하다.

하지만 로봇의 핵심은 ‘안정적 노동력 확보’다. 이는 인간 작업 환경에서 최고 효율을 내야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결국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것이 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이 오늘도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매진하게 만드는 이유다. ‘쓸모없다’는 지적을 받음에도 말이다.

국내도 이와 유사한 꿈을 좇는 로봇공학자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연구자는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특히 그는 “사용 목적이 산업계, 일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양시 킨텍스 로보월드 2024 현장서 만난 한재권 교수의 첫 인상은 ‘예술가’이었다./ 박설민 기자
고양시 킨텍스 로보월드 2024 현장서 만난 한재권 교수의 첫 인상은 ‘예술가’이었다./ 박설민 기자

◇ 몸 불편한 동생 돕고 싶던 아이, 로봇공학의 길을 걷다

23일 고양시 킨텍스 로보월드 2024 현장서 만난 한재권 교수의 첫 인상은 ‘예술가’이었다. 길고 구불거리는 머리, 자신감 넘치는 몸동작은 흔히 ‘안경을 쓰고 하얀 가운을 입는’ 모습의 과학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온갖 첨단로봇들이 전시된 행사장을 지휘하는 작곡가처럼 보였다.

그런 한재권 교수의 로봇 연구는 단순한 꿈이 아닌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그의 동생이었다. 뇌성마비 환자였던 동생은 일상생활이 힘들었다. 그런 동생을 돌보며 어린 시절 만화영화 ‘짱가’를 함께 보곤 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이란 주제곡으로 유명한 로봇만화다.

사람을 돕는 로봇 짱가를 보며 한재권 교수는 ‘저런 능력을 가진 로봇이 동생을 도와줬으면’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로봇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때 든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그 로봇을 직접 만들고 싶다’였다. 그렇게 한재권 교수는 로봇연구자의 길을 걷게 됐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었다. 당시 국내선 아직 로봇전문기업과 연구 등이 활발하지 않았다. 기업 연구원으로 입사했지만 한재권 교수가 생각한 로봇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때 눈을 돌린 곳은 미국이었다. 기업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하고 오직 로봇 연구만을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곳은 버지니아공과대학교였다. 기계공학과 대학원으로 입학한 그가 새로운 스승으로 만단 사람은 바로 ‘데니스 홍’ 교수. 세계적 로봇공학자로 학계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연구자다. 한국계 미국인인 데니스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 운전 보조시스템, 미니 휴머노이드 로봇 ‘다윈OP’, 이족보행로봇 ‘아르테미스(ARTEMIS)’ 개발자로 유명하다.

버지니아 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한재권 교수는 귀국 후 로봇전문기업 ‘로보티즈’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연구자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자신이 배운 지식, 연구 성과를 국내 로봇공학도들에게 나누고 싶었다. 이에 2015년 한양대학교 융합시스템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을 맡기도 했다.

한재권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로봇을 무조건 연구하고 싶었고 이는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삶의 목표”라며 “항상 이 길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저에게 로봇연구의 삶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분들이 앞으로 좀더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로봇으로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재권 교수 연구실의  ‘스핀오프(spin-off) 기업’ 형태로 설립한 ‘에이로봇(Aei Robot)’에서 개발한 엘리스 4와 제미니 로봇이 협업하는 모습./ 박설민 기자
한재권 교수 연구실의  ‘스핀오프(spin-off) 기업’ 형태로 설립한 ‘에이로봇(Aei Robot)’에서 개발한 엘리스 4와 제미니 로봇이 협업하는 모습./ 박설민 기자

◇ “스마트폰처럼 쓰는 휴머노이드 로봇시대 여는 것이 목표”

교육자가 된 후 한재권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꿈 실현을 위해 새로운 길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자로는 한계가 있었다. 상용화를 위해선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로봇을 사용할 ‘고객’의 니즈 파악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과거 로봇 연구를 위해 기업을 떠났지만 이제 상용화 문턱에서는 다시 ‘기업인’의 자세가 필요해진 것이었다.

이에 한재권 교수 연구팀은 2018년 연구실 ‘스핀오프(spin-off) 기업’ 형태로 ‘에이로봇(Aei Robot)’을 설립했다. 이는 기업이 일부분을 독립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기업 경영 전략 중 하나다. 에이로봇은 현재 경기도 안산 한양대 ERICA 캠퍼스 내 창업보육센터 내에 위치해있다. 현재 에이로봇의 대표는 한재권 교수의 아내인 엄윤설 대표다. 한재권 교수는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맡고 있다.

한재권 교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위해선 사실 로봇공학자와 교육자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로봇의 상용화는 기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라 생각해 에이로봇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 연구에서도 한재권 교수의 연구 목표인 ‘누구나 사용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철학은 고스란히 담겼다. 에이로봇의 대표제품인 ‘엘리스 4’는 자체 개발한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이용,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또한 사람과의 물리적 상호작용도 뛰어나 산업현장부터 가정, 식당, 은행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도 가능하다.

‘제미니(GEMINI)’와 함께하면 엘리스 4의 성능은 더욱 극대화된다. 제미니는 챗GPT를 연동시켰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명령을 알아듣고 상황에 맞는 행동이 가능하다./ 박설민 기자
‘제미니(GEMINI)’와 함께하면 엘리스 4의 성능은 더욱 극대화된다. 제미니는 챗GPT를 연동시켰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명령을 알아듣고 상황에 맞는 행동이 가능하다./ 박설민 기자

또한 인공지능(AI)기술이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것도 엘리스 4를 특별하게 해준다. 엘리스 4에는 ‘임베디드 AI(embedded AI)’가 탑재됐다. 이는 로봇에 탑재된 컴퓨터에 AI알고리즘을 직접 삽입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통신망이 없는 곳에서도 로봇은 AI의 통제를 받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파트너 로봇인 ‘제미니(GEMINI)’와 함께하면 엘리스 4의 성능은 더욱 극대화된다. 제미니는 챗GPT를 연동시켰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명령을 알아듣고 상황에 맞는 행동이 가능하다. 챗GPT를 연동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국내선 제미니가 최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제미니에게 ‘사탕을 줘’라고 말하자 엘리스 4에게 제미니는 이 명령을 전달했다. 그러자 엘리스 4는 사람 손과 동일한 구조의 로봇 손으로 고객이 원하는 사탕을 정확히 컵에 담아 전달했다.

이처럼 뛰어난 로봇공학자와 기업의 만남은 강력한 상호작용으로 이어졌다. 올해 5월에는 35억원이라는 시드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는 하나금융그룹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금융기업 ‘하나벤처스’ 주도로 진행됐다. 또한 ‘SGC파트너스’, ‘가우스캐피탈매니지먼트’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재권 교수는 “엘리스 4세대 로봇과 협업하는 제미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래에 상용화됐을 때의 이상적 모습을 보여준다”며 “로봇 연구의 큰 숙제는 인간이 어떤 의도로 일을 시키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생성형 AI가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닌, 마치 스마트폰처럼 여러 방면에서 사용 가능해야한다”며 “그렇게 해야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래 로봇 시장을 이끌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축구대회 ‘로보컵(RoboCup)’은 한재권 교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사진은 축구 로봇을 점검하는 한재권 교수의 모습./ 박설민 기자
로봇축구대회 ‘로보컵(RoboCup)’은 한재권 교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사진은 축구 로봇을 점검하는 한재권 교수의 모습./ 박설민 기자

◇ 열정 가득한 ‘로봇 축구’ 연구… 2026년 송도 로보컵 개최도 이끌어

상용화 로봇 개발과 더불어 한재권 교수가 집중하는 또 다른 분야는 ‘로봇 축구’다. 그는 2011년부터 꾸준히 글로벌 로봇축구대회 ‘로보컵(RoboCup)’에 참여하고 있다. 로보컵은 1996년 글로벌 로봇공학자들이 창설한 연례 국제로봇공학대회다. 2050년까지 사람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로봇 축구팀을 결성하는 것이 이 대회의 목표다.

한재권 교수가 이끄는 로봇연구팀 ‘히어로즈(HERoEHS)’는 로보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쉽게도 올해는 3위에 머물렀다. 우승은 한재권 교수의 스승이었던 데니스홍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 교수팀이 차지했다.

로봇공학자들이 로봇 축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축구가 가진 운동 특성 때문이다. 축구는 인간의 다리, 팔, 몸의 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스포츠다. 이를 로봇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육체와 유사한 경지까지 올랐음을 의미한다.

로보컵 2022 대회가 끝나고 촬영한 히어로즈 팀 기념사진. 사진 맨 왼쪽이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오른쪽 끝은 팀 리더인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에이로봇
로보컵 2022 대회가 끝나고 촬영한 히어로즈 팀 기념사진. 사진 맨 왼쪽이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오른쪽 끝은 팀 리더인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에이로봇

한재권 교수는 “인간에게 있어 축구는 인기 스포츠이자 엔터테인먼트지만 로봇공학자들에겐 무궁무진한 연구의 장”이라며 “2050년 인간의 월드컵 우승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로봇 축구팀을 만드는 것이 이 대회의 목표로 현재 로봇팀의 실력은 유치원생 수준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로봇들은 인간이 원격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닌, AI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들”이라며 “로봇들은 단순히 ‘골을 넣는다’는 행동뿐만 아니라 장애물, 상대와의 몸싸움들을 실시간으로 계산하며 달려야 하는데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부터 AI,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술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재권 교수의 열정은 국내 지자체를 움직였다. 우리나라가 오는 2026년 로보컵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로보컵연맹 이사회는 지난 7월 로보컵 2026 행사 개최지를 인천시로 확정했다. 로보컵은 2026년 6월 30일부터 7월 6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5년 로보컵은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개최된다.

한재권 교수는 “인천시와의 협업이 상공적으로 이뤄져 로보컵 유치에 성공했다”며 “송도에서 열리는 2026년 로보컵에서 반드시 우승해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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