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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백이 계씨가 아니라고?…백제 이야기 따라 떠나는 부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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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
충남 부여군 정림사지오층석탑. / 이장원 기자

황산벌 전투로 유명한 삼국시대 백제의 마지막 장군 계백(階伯)은 계씨가 아니라고 한다. 남아 있는 기록이 워낙 적어 확신할 수는 없으나 조선시대 김정호의 대동지지 등에 따르면 계백의 본명은 부여승(扶餘承)이다. 즉 계백은 부여씨였다는 뜻이다. 이 부여라는 이름을 현재까지 간직한 곳이 충남 부여군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날 이야기’에 흥미가 생겨 부여로 향한다. 고도(古都)로 가는 김에 조금은 고전적인 기차 여행을 선택해 본다. 부여가 KTX 여행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은 여행객으로선 행운이다.

◇ 부여 왕릉원

부여왕릉원
부여 왕릉원. / 이장원 기자

부여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1시간 가량을 달려 공주역에 내린 뒤 버스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부여에 다다른다. 부여의 이야기가 묻힌 곳을 찾아 부여 왕릉원으로 간다. 백제 사비시대(538~660) 왕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군이 있는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가면 백제 후기 왕들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보다는 다소 생소한 두 왕의 시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28대 혜왕과 29대 법왕이다. 연표를 보니 혜왕(598~599)과 법왕(599~600) 모두 왕위에 기껏해야 1년 가량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무언가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혜왕은 형인 위덕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는데 왕위를 찬탈했거나 귀족들이 그를 ‘바지사장’으로 추대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법왕은 혜왕의 아들로 추정되는데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지만 혜왕이 즉위 1년 만에 죽자 왕위를 이어받았고 법왕 역시 약 1년 후 세상을 떴다. 이 정도면 둘 다 시해됐을 가능성이 의심되는데 꼭 그렇게 볼 일도 아니라고 한다. 혜왕은 형 대신 왕위에 올랐을 때 나이가 이미 60~70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수명으로 볼 때 자연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수 있다. 법왕도 혜왕의 아들이라고 치면 당시로는 나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사로 추측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에 관한 확실한 기록이 없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덕분에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이 백제 역사와 부여의 매력이다. 언제든 멋진 이야기로 재탄생할 공간이 남은 셈이다.

혜왕과 법왕도 묻혔을지 모를 부여 왕릉원은 7기(基)의 고분을 중심으로 크게 3개의 무덤군이 분포하고 있다. 크기나 위치로 봐 사비시대 왕들의 왕릉으로 추정한다. 7기 고분중 1호분에는 고구려와 백제의 교류를 증명하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어 문화유산적 가치를 더한다.

◇ 부소산성과 낙화암

부소산성
부소산성. / 이장원 기자

부여는 백제 마지막 도읍 사비성이 있던 곳이다. 부여에서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의 인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의자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인 부소산으로 향한다. 부소산은 부여읍 쌍북리, 구아리, 구교리에 걸쳐 있는 해발 106m의 산이다. 부소산성은 평소에 백제왕실의 후원 역할을 하다가 전쟁 때는 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고 한다.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의 공격으로 멸망한 백제의 비극을 보여주는 낭떠러지 바위인 낙화암이 바로 부소산가 백마강이 맞닿은 곳에 있다.

궁녀들이 굴욕을 피하고자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낙화암의 삼천궁녀 전설은 모르는 이가 없지만 최근에는 ‘의자왕의 진실’이 꼭 함께 언급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의자왕은 3000명의 궁녀를 거느린 방탕한 왕이 아니며 재위 초기에는 신라를 몰아붙일 정도로 능력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쯤 해서 의자왕(義慈王)의 이름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계백은 계백이 아니라는데 의외로 의자왕의 이름은 의자다. 부여의자(扶餘義慈)가 그의 본명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 사실이야 어찌 됐든 낙화암을 바라보면 궁녀들이 떨어지는 모습이 꽃이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는 전설 속 장면을 그리게 된다. 약 17년 전 방영된 한 드라마에서는 이 광경을 CG로 묘사했는데 다소 과욕을 부린 탓인지 기가 막힌 장면이 탄생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수륙양용버스-열기구-KTX

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 이장원 기자

부여에서는 국보인 백제금동대향로가 있는 국립부여박물관과 정림사지오층석탑이 있는 정림사지 등에서 수많은 백제 문화유산을 만나볼 수 있다. 아이들 교육 여행으로도 제격이지만 뭔가 또 다른 재미는 없을까 찾아보기도 한다. 부여에는 멋진 경관과 백제 유적지들을 아주 이색적이면서 특별하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나 있다.

버스3
부여 수륙양용시티버스

부여에는 국내 최초로 육상과 수상을 오가는 수륙양용버스가 다닌다. 백제문화단지에서 출발한 버스는 백마강 물로 들어가 고란사와 낙화암 등을 감상한 후 다시 땅으로 올라온다. 안전성 인증을 받은 버스이지만 백마강으로 진입하는 순간에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재미이다. 운전대가 육상용, 수상용 두 개인 것도 눈길을 끈다. 전문해설사가 동승해 흥미진진한 백제 이야기를 전해준다.

버스1
부여 수륙양용시티버스

또 다른 부여 이색 체험은 열기구이다. 부여는 산이 낮고, 높은 건물이 없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기구의 ‘자유 비행’이 가능한 곳으로 알려졌다. 해 뜰 무렵 날씨가 허락할 때만 탈 수 있는 열기구는 백제 고도 상공에서 황홀한 풍경을 제공한다. 백마강 상공을 7~8km 비행하며 부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치밀한 이륙 준비 과정을 마치면 열기구가 금세 떠오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재빨리 올라타야 하는 것이 탑승 팁 중 하나다.

열기구1
부여 열기구 체험. / 이장원 기자

코레일관광개발은 이와 같은 부여 명소와 이색 체험을 담은 ‘부여 유네스코 탐(探)행 기차여행’을 11월 1일부터 운영한다. KTX 공주역과 연계한 당일형·숙박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상품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광지인 부여 왕릉원, 정림사지, 부소산성 등 명소 관광과 수륙양용 시티버스·열기구 체험 등이 포함된다. 자세한 내용은 코레일관광개발 누리집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시섭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는 “유네스코 답사 기차여행은 부여의 문화적·역사적 풍부한 유산을 전국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여행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레일관광개발은 부여군과 협력을 통해 커플 매칭 프로그램인 ‘굿바이 너만 솔로, 커플 열차’ 이벤트를 11월 17일 부여군 일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결혼 장려 및 가족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취지를 담았다. 부여군은 2025-2026 충남방문의 해를 맞아 2026년 600만 관광객을 목표로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과 관광지 인프라 개선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열기구3
열기구가 착륙하는 모습. / 이장원 기자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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