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동쪽으로 약 1600㎞ 떨어진 인도양에 위치한 세이셸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115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로, 모두 합친 면적이 400㎢에 불과하다. 서울 면적의 3분의 2 수준으로, 인구수는 10만 명이 채 안 된다.
한국에선 낯설지만, 세이셸은 유럽과 중동에서 선호하는 휴양지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영국 윌리엄 왕자 부부가 신혼여행지로 택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도 즐겨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가 결혼식을 세이셸에서 올려 화제를 모았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세이셸 마헤섬과 프랄린섬에 각각 위치한 콘스탄스 에펠리아와 콘스탄스 레무리아 리조트 두 곳을 방문했다. 에펠리아는 120헥타르의 해양국립공원에 인접한 세이셸에서 가장 큰 리조트고, 레무리아는 세이셸 유일의 18홀 챔피언십 골프 코스를 갖춘 골프 리조트다. 모두 5성급 리조트로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식비 등 비용 일체가 모두 포함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리셔스공화국에 본사를 둔 콘스탄스호텔앤리조트는 인도양을 중심으로 모리셔스, 세이셸, 몰디브 등 전 세계 5개 국가에 총 11개의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원시 자연과 챔피언십 골프 코스 갖춘 럭셔리 리조트 ‘레무리아’
프랄린섬에 위치한 레무리아는 원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사람이 오가는 길옆 숲에선 200살 먹은 커다란 거북이가 느릿느릿 망고나무 잎을 씹었고, 레스토랑과 수영장에는 공작 ‘미스터 레인보우’가 사람이 있건 없건 날개를 활짝 펴고 암컷을 유혹했다. 해가 질 무렵에는 까만 박쥐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세이셸에서는 나무 하나를 옮기는 데도 정부의 허락을 얻어야 할 만큼 자연환경이 철저히 관리된다고 한다.
올해 설립 25주년이 된 레무리아는 101헥타르 부지에 105개 객실을 갖춘 비밀스러운 리조트다. 체크인하는 과정에서 펼쳐진 퍼포먼스가 특별함을 더했다. 호텔 관계자가 커다란 징을 치자 두 개의 큰 문이 열리며 화산암 위로 떨어지는 3단 풀장이 펼쳐졌다. 마치 에덴동산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레무리아는 특히 거북이 보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0월에서 2월 사이 바다 거북이 산란 시기에 방문하면 해변에서 알을 낳는 거북이를 관찰할 수 있다. 거북이 전문가도 상주해 원하는 투숙객에겐 직접 생태 투어를 해준다.
지난달 5일(현지 시각) 만난 로버트 마톰베 레무리아 거북이 매니저는 “세이셸에는 20만 마리의 거북이가 산다”며 “10월부터 거북이들이 산란하는데 한 마리당 1000개의 알을 낳는다. 이중 살아남을 확률은 10%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마톰베 매니저는 이곳에서 거북이가 안전하게 알을 낳고, 부화한 아기 거북이들이 무사히 바다로 돌아가게 돕고 있다. 그는 “새끼 거북이가 객실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바다로 착각하고 객실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며 “이곳에서 출발한 거북이가 케냐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고 했다.
세이셸에서 유일하게 18홀 챔피언십 골프 코스를 운영하는 것도 이곳의 자랑이다. 골프 코스는 코코넛과 야자수 등이 우거진 밀림과 인도양 해변을 끼고 있어 경관이 우수하다. 그런 덕에 이곳에서 일몰을 보며 프로포즈하거나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도 있다고 한다. CNN은 아프리카 최고의 골프장 10곳 중 하나로 레무리아 골프장을 선정했다.
골프장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 ‘디바’에선 죠르디 빌라 셰프의 유머러스하고도 감각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복어 모양 유리잔에 빨대를 꽂아 랍스터 비스크(수프)를 마시거나, 온통 핑크색으로 꾸며진 ‘핑크 팬더’ 디저트 코스를 맛보는 식이다. 소믈리에의 추천으로 호텔 지하 저장고에 있는 2만2000병의 와인 중 몇 병을 시음할 수도 있다.
레무리아는 프랄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앙스 케를랑과 앙스 조제트를 품고 있다. 특히 둥근 화강암 바위와 백사장을 낀 앙스 조제트는 인도양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공용 해변이지만 레무리아 리조트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산악 활동과 해양 스포츠를 한 번에… 하나의 마을 같던 ‘에펠리아’
마헤섬에 위치한 에필라아는 리조트라기 보다 하나의 마을처럼 규모가 컸다. 기자가 방문한 날엔 313개 객실이 거의 예약된 상태였지만, 분주하기보다 느긋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넓은 부지를 활용해 숙소 간격을 넓게 배치하고, 8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투숙객을 관리하는 덕분이다.
에펠리아는 포트 로네이 해양 국립공원과 해변 두 곳을 끼고 있다. 전체 부지 120헥타르 중 영업 공간이 30%에 불과해 해양 스포츠와 산악 활동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다. 기본적인 리조트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암벽 등반, 집라인을 비롯해 맹그로브 숲에서 카약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인지 신혼 여행객보다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온 관광객이 많았다.
호텔은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관리됐다. 객실의 문을 열면 가동하던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지고, 자체 정수 시설을 이용해 생수도 직접 만든다. 이곳에서만 하루 700병의 생수를 만든다고 한다. 콘스탄스 호텔 전 지점에서 이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리조트 내엔 24시간 상주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투숙객들의 건강을 관리해 줬다. 저녁 식사 중 일행이 감기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하자, 바로 의사가 달려와 약을 전달해 줬다.
히루 다랴나니 에펠리아 호텔 매니저는 “최근 호텔 트렌드는 집처럼 편하게 지내는 것”이라며 “집처럼 지낸다는 건 사소한 터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조트 예약이 되면 어떤 구성원이 방문하는지 체크하고, 임산부나 아기가 있으면 1층 방을 배정해 준다고 했다.
세이셸은 한국에선 직항이 없어 두바이 등을 경유해야 한다. 비행시간만 15시간이 소요된다. 또 국제공항이 있는 마헤섬이 아닌 다른 섬에 가려면 경비행기나 페리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그런 탓에 에펠리아의 경우 한국인 투숙객이 연간 100명도 채 안 된다고 한다.
거리가 멀기는 유럽인들도 마찬가지. 이에 에펠리아는 리셉션장에 샤워실과 휴게공간 등을 갖추고 투숙객이 체크아웃 후에도 리조트에 더 머물며 물놀이나 레저 활동을 하도록 했다. 체크아웃 시간과 출국 시간이 맞지 않는 외국인 투숙객을 위해 이런 공간을 마련했다는 게 리조트 측 설명이다.
히루 다랴나니 매니저는 “내 생각에 럭셔리는 휴먼 커넥션(인간적 관계)”이라며 “15년 전만 해도 제트족(제트기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상류층)이나 멋진 스위트룸이 럭셔리었다면, 지금은 예쁜 생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처럼 사소한 터치가 럭셔리의 정의로 바뀌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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