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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즐거워! 와코의 19살

엘르 조회수  

핑크 칼라 니트 톱과 머리에 두른 멀티컬러 니트 톱은 모두 Roynine. 이너 웨어로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는 Hydrogen. 이너 웨어로 입은 후디드 집업은 Langer. 슈즈는 Ouder. 팬츠와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해골 링은 모델 소장품.

핑크 칼라 니트 톱과 머리에 두른 멀티컬러 니트 톱은 모두 Roynine. 이너 웨어로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는 Hydrogen. 이너 웨어로 입은 후디드 집업은 Langer. 슈즈는 Ouder. 팬츠와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해골 링은 모델 소장품.

와코

구독자 14만3천 명의 유튜브 채널 〈와코〉의 주인, 본명은 김도연. 와코는 홀로 피자를 먹으며 혼잣말을 하고, 잠옷을 입고 침대 위에서 춤을 춘다. 사랑 앞에 울고 웃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데 스스럼없다가도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떠나버리는 과감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녔다. 카메라 앞에서 더할나위 없이 솔직한 와코는 어른들의 해석이나 연출이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10대 소녀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와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기말고사 당일, 전 남친과 재회했다’는 제목의 영상이다. 동네에서 잠깐 볼 수 있냐는 전 남친의 문자로 시작되는 이 영상에서 만남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브이로그로 전했다. 결국 곱게 화장하고 전 남친과 만나고 온 후기를 눈물과 함께 전하는 것으로 영상은 마무리되는데
그 영상을 올릴 당시엔 구독자가 실제 친구 19명밖에 없었다. 전 남친으로부터 연락받은 건 내게 굉장히 큰 일이었다! 친구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으니 차라리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일부 공개로 올리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촬영했다. 많은 사람이 볼 줄 몰랐기 때문에 카메라를 보며 혼잣말하고, 계속 울고 욕도 하면서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결국 전체 공개로 전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 수가 100만으로 치솟았다
내 영상이 알음알음 친구 사이에서 퍼지면서 ‘링크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일일이 공유하기 귀찮으니 전체 공개로 전환해 버리자고 또 한 번 결심했다(웃음). 조회 수가 막 오를 때 가장 먼저 한 걱정은 ‘걔가 이걸 봤을까…’였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이처럼 와코는 풋풋한 연애에 울고 웃고, 촬영이 끝나면 학원을 가야 하는 열아홉 살 소녀다
수능이 한 달 정도 남았다. 오전에는 촬영장 근처에서 놀지만 촬영을 끝내고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해야 한다. 그 전에 일단 피자를 먹을 계획!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인 고등학교 때 유튜브 채널 개설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어떤 격동의 파도가 결심을 실행에 옮기도록 만들었나
대개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수능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를 시작했지. 그러고 보면 채널 〈와코〉를 개설한 지 1년 밖에 안 됐다. 대학 입시와 유튜브 활동이 맞물린 데는 친구의 한 마디가 큰 몫을 했다. 내가 다닌 학교는 내신 점수를 높이기 어려운 곳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성적도 좀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그 와중에 인생 최저점의 성적을 받아 정말 우울한 상태로 친구에게 상담 신청을 했다.
친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나
성적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친구는 내게 “넌 무얼 해도 잘할 거라서 걱정이 안 된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것도 아주 덤덤하게. 평소 멋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말이라 더욱 힘을 얻었고, 그때부터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갈망이 커졌다.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심히 일구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 ‘고3 맞이하며 자퇴하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구독자를 놀라게 했는데
자퇴를 결심했을 때 스스로 힘들었다. 하지만 자퇴 후 내 삶은 더욱 윤택해졌다. 세상에는 내가 경험할 것이 아주 많다는 걸 깨달았다. 인생 첫 아르바이트, 나 홀로 떠난 미국 여행, 언니들과 떠난 제주도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입시를 병행하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에 하루가 짧을 듯하다. 영상만 봐도 강의를 들은 뒤 브이로그 영상을 편집하고, 친구들과 떡볶이도 먹어야 하고, 모의평가도 풀어야 한다. 와코의 하루, 이틀, 일주일은 ‘알이 꽉 찬’ 모습이다
원래 나는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 아니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자퇴를 결심한 후에 변했다. 자퇴 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건 기상 시간이다. 내 영상을 봐주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나에게 영향받는 사람도 생긴다는 걸 알았기 때문. 자퇴 후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생활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것 같다
초반에는 ‘재미있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지만 점점 ‘와코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변했다. 응원해 달라’는 댓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깨달음을 얻거나 생각이 바뀌었다는 댓글을 처음 봤을 때, 내가 하는 행동이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와코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
여느 수험생과 다를 게 없다(웃음). 아침 8시 전에 기상해서 독서실에 도착하면 9시쯤. 독서실이 집 근처라 웬만한 식사는 집에서 해결한다. 학원과 과외, 독서실 순서로 갔다 귀가하면 밤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 구상이 시작된다. 잠을 줄이지 않으면 유튜브와 학업을 병행할 수 없더라! 새벽까지 편집하고 잠에 든다. 그러면 또다시 아침이 밝아오고. 다만 가끔 스스로 자유시간을 준다. 아주 관대하게!
갑자기 궁금해졌다. 와코는 스무 살이 되면 무엇이 하고 싶을까
친구들과 대학 축제를 한번 즐겨보고 싶다. 사실 대학에 입학만 하면 너무 감사하겠지만.
사랑, 이별, 일탈, 입시, 뷰티, 다채로운 분야를 총체적으로 다루지만 이 모든 것의 기반은 결국 와코의 일상 그 자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콘텐츠로 다룰 때 직면하는 문제는
진짜 내 모습을 몇 퍼센트나 보여줘야 할까? 물론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고 단 1%를 제외한 나머지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사생활을 이렇게까지 공개하는 게 맞을까? 사람들은 과연 남의 일상에 관심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유튜버가 되기 전에 내가 브이로그 콘텐츠를 찾아본 적 없어서 더욱 그런 걱정을 떠안았던 것 같다. 이제 그런 걱정은 모두 완치됐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어떻게 완치했나
솔직하게 털어놓으니까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되더라. 자연스럽게 자아를 깨우치게 되고. 내 24시간이 영상에 담기니까. 그중 편집돼 잘린 장면에 의외의 모습이 많이 드러나더라.
내가 몰랐던 나의 면면은
영상에서 혼잣말을 자주 한다. 지극히 개인적 생각을 혼잣말로 나열하는 걸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전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혜안을 얻을 때도 있다. 예전엔 데시벨이 큰 목소리와 내가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을 안 좋아했다. 어떨 땐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오디오가 고장 난 적도 있다(웃음). 근데 그런 모습을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훨씬 재미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지.
일상 영상이 나에게 주는 유익한 점은 무엇일까
당연히 매일이 재미있을 수는 없다. 특히 수험생의 하루는 단조롭다. 하지만 나는 일상을 공유하는 게 업인 사람이고, 사소한 것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걸 즐겁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영상에 내 희로애락이 녹아 있거든.
유튜브 세계를 1년 동안 유영하며, 이 세계에 대해 깨달은 것과 이제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건 무엇인지
유튜브는 사람들과 생각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아주 입체적인 공간이라는 점. 단편적으로는 유튜버가 본인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 또한 구독자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얼마전에는 처음으로 구독자 분의 손편지를 받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위대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와코가 정의하는 〈와코〉 채널은
정의하는 건 너무 거창한 것 같다! 그저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아주 익숙하면서 조금은 특별한!’ 큰 목표는 없고 현재에 충실하며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투영해서.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 혹은 오랜 취향은
오랫동안 챙겨보는 채널은 ‘너진똑’과 ‘이연’ 님. 두 채널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채널의 영상을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되거든. 스스로를 되짚어보면서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인셍 날로먹고십다’는 슬로건을 채널 배너에 달고 있지만 날로 먹는다기에는 너무 심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말의 진정한 뜻은
말 그대로 인생을 날로 먹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제목이다(웃음). 날로 먹으면 편하고 좋으니까! 다만 날로 먹기엔 세상에는 다양한 게 존재하고, 시간은 너무 빠르고, 여러 경험이 나를 성장시켜 주다 보니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날로 먹으면서 살고 싶다, 정말로!
와코이자 나, 김도연이 사랑하는 것을 나열해 본다면
무언가를 이뤄낸 후 느끼는 성취감, 나를 위로해 주는 노래들, 구독자들이 보내주는 메시지, 나를 유튜버로 대하지 않는 친구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겨울, 내 방을 조용히 밝혀주는 무드등, 차곡차곡 모은 손편지들,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 너무 많을까? 그리고 엄마가 웬만하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 사랑하는 거라….
정말 사랑하지만 비밀에 부치고 싶은 것
샤브샤브를 다 먹으면 내어주는 볶음밥. 돈이 궁해도 이 볶음밥만큼은 꼭 먹는다.
엘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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