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검사가 1심 징역형을 받은 언론인 등 고발사주 사건이 불거진지 3년이 지났다. 최근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비판 언론 고발사주 의혹까지 불거져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바꾸는 움직임이 본격적이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범죄인데,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다. 그래서 제3자가 김건희 여사 명예훼손이라며 특정 언론보도에 검찰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日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기소되며 국제적 망신만 당했던 사건도 친고죄였으면 일어나기 힘든 장면이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22일 형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국 의원은 “명예훼손죄 등은 제3자 고발이 가능하고 제3자의 고발이 남용되고 있으며, 고발을 사주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명예훼손죄 등을 모두 친고죄로 하고, 비방의 목적이라는 초과 주관적 요소를 구성요건에 추가하며, 공적 사안과 관련해 공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되도록 해 표현의 자유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명예훼손에 따른 징역형도 사라진다.
조 의원이 내놓은 형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2년 이하 징역, 5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뀐다.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5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뀐다. 출판물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3년 이하 징역, 7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뀐다.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15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달라진다. 모욕죄도 1년 이하 징역, 2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꿨다.
명예훼손죄의 주요한 면책 사유가 되는 형법 310조 1항 위법성조각사유와 관련해선 기존의 ‘공적 사안과 관련하여 공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에 더해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2항)을 신설했다. 1항에서 언급한 공인에 대한 정의도 신설(3항)했다. 조국 의원은 ‘공인이란 당사자가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당사자의 지명도에 비추어 당사자의 행위가 사회 구성원 다수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조 의원은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고발을 남용하거나 고발을 사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형법과 유사한 취지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내놨다. 처벌을 징역‧벌금에서 벌금으로 조정하고 친고죄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비방 목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뀐다.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7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 중 징역형이 사라지고 벌금형만 남게 되는 경우 표현의 자유가 좀 더 향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쪽에선 개정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명예훼손죄 친고죄 전환은 제1‧2야당 대표가 강하게 개정 의사를 밝혔던 만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월29일 “언론탄압, 정적 먼지털이 악용되는 명예훼손죄 3자 고발사주 못 하게 친고죄로 바꾸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고 조국 대표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바꾸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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