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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대응 고심… ‘살상 무기’ 지원 결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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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평양 모란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만찬 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 평양=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평양 모란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만찬 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 평양=AP/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가운데, 정부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검토’를 언급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하지만 국가 안보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문제인 데다가, 국내에서도 부정 여론이 고조되는 만큼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살상 무기 우크라이나 지원을 단계적 대응 시나리오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단계별로 앞으로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입’에서 구체화 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놓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며 “대원칙으로서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간 소문으로 여겨졌던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각국 정부가 인정하면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23일 기준 3,000여 명의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오는 12월까지 1만여 명 규모가 파병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일본, 그간 말을 아끼던 미국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10월 초에서 중반까지 약 3,000명의 군인이 러시아 동부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 파병설을 ‘가짜 뉴스’라며 일축하던 러시아도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제4조’를 언급하며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해당 조약은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상대방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러북 관계를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승리 계획'에 대해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나토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벨기에를 찾았다. / 브뤼셀=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승리 계획’에 대해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나토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벨기에를 찾았다. / 브뤼셀=AP/뉴시스

◇ 북한군 ‘참전’, 레드라인 될까?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의 병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 정부 역시 북한군이 현지 적응 등 ‘준비 단계’에 들어간 현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파병된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참전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한민국 안보의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은 북한군의 첫 번째 병력이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에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의 참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살상 무기 지원’을 선택지 중 하나로 거론한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는 이를 결단해야 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단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살상 무기 관련 레드라인은 국가안보와 상관있는 내용”이라며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상당하다는 점도 난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지지하는 의견은 13%에 불과했다. 여당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안보 불안을 높인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파병하고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인가”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단계는 북한의 명확한 참전 근거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가 지원하는 근거를 명확히 찾아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 제시만 하면 된다”며 “그걸 제시 못 하는 상태에서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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