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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방지 장치’ 오늘부터 의무화… 술 팔아야 하는 주류업계는 오히려 ‘화색’

조선비즈 조회수  

국토교통부가 25일부터 5년 이내 음주 운전을 두 차례 한 경우, 자가 음주 측정 후 시동이 걸리는 잠금장치를 부착해야 운전이 가능한 조건부 면허 제도를 시행한다.

술을 팔아야 하는 주류업계는 건전한 음주 문화 인식을 제고하려면 이렇게 강제성 있는 제도가 필요했다고 되려 반색하는 분위기다.

유명 연예인부터 정치인 가족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서 음주 운전 관련 사고가 연거푸 터지는 가운데,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특히 오비맥주는 한국도로교통공단과 음주 근절 캠페인 영상을 선보이며 음주 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 제도 시행을 알리기에 앞장섰다.

◇ 음주 운전 방지장치 미국·캐나다·유럽서 널리 사용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앞으로 음주 운전 재범자(5년 이내 두 차례)는 음주 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야만 운전이 가능한 조건부 면허를 발급받게 된다. 음주 운전 방지장치(IID·Ignition Interlock Device)는 시동을 걸기 전 운전자가 호흡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기구다. 일정 기준 이상 농도가 올라가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이 기기는 미국·캐나다·유럽 같은 국가에서 널리 사용한다. 미국은 1986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현재 버지니아 등 25개 주에서 음주 운전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캐나다에서는 11개 주·준주(territory)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네덜란드에서도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장착하는 법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일시적으로 시행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방지장치 의무화 이후 음주 운전 재범률이 70% 줄었다.

기기 값과 설치 비용은 만만치 않다. 대당 200만~300만원에 달한다. 비용은 전액 운전자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해당 장치를 부착해야 할 대상자가 약 1만5000~2만 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대상자가 음주 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운전할 경우, 면허가 취소될 뿐만 아니라 징역 1년 이하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등 무면허 운전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받는다.

재범자 차량에 음주 운전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2020년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하지만 국민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해 3년 넘게 계류됐다. 이후 지난해 5월 음주 운전 방지장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다시 한번 발의됐다. 그리고 2023년 10월 6일 이 법안이 통과됐다.

◇ 환영하는 주류업계 “건전한 음주 문화 형성 도움”

주류업계는 음주 운전 방지장치 의무화가 건전한 음주 문화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벌어진 음주 운전 사고는 1만3042건에 달했다. 사고 건수는 이전 해보다 13.4% 줄었다. 그러나 음주 운전 단속 건수는 13만150건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음주 운전 단속 재범률(42.3%)은 수년째 40%를 웃돌고 있다. 전체 음주 운전 사고 건수는 줄었어도, 음주 운전을 적발된 경험이 있는 운전자가 또 음주 운전을 한다는 의미다. 음주 운전 재범률은 대검찰청 통계 기준 36%대인 마약 재범률보다도 높다.

유상용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행위는 다른 교통법규 위반과 달리 중독성이라는 특성이 있어 본인 의지와 단기적 처벌만으로 근절하기 어렵다”며 “지속적인 음주 운전 단속뿐 아니라 음주운전 근절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차량 제공자, 주류 제공자 등 음주 운전 방조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제도 개선과 함께 음주 운전 방지장치 도입 의무화 제도도 잘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주류업계는 2010년대 들어서 일제히 건전 음주 문화 캠페인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점차 ‘부어라, 마셔라’하는 사회 분위기가 좋아하는 술을 적당히 즐기는 문화로 바뀌던 시기였다.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자, 주류기업들도 술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주류 인식을 개선하는 편을 택했다.

오비맥주는 최근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 제도 시행을 알리고 의무화 제도의 안착을 응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는 최근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 제도 시행을 알리고 의무화 제도의 안착을 응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는 2016년부터 도로교통공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범국민적 음주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이번 음주 운전 방지장치 설치에도 앞장섰다. 오비맥주는 2022년 6월 민간기업 최초로 음주 운전 방지장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전국으로 맥주를 배송하는 화물차 20대에 음주 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했고, 같은 해 오비맥주 임직원 차량에도 이 장치를 달아 3개월 동안 시범 운영했다. 2023년까지 총 3차례 음주 운전 방지장치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는 정부 기관에 법안 수립 자료로 제공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직원 차량과 영업용 차량에 직접 음주 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하면서 국내에 이 장치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프로모션 활동을 강도 높게 펼쳤다”며 “오비맥주 파트너사였던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 9월 유엔 산하 국제연합훈련조사연구소(UNITAR) 회의장에서 국내 음주 운전 방지장치 도입 배경과 시범 캠페인을 직접 발표할 만큼 성과를 거둔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5명을 포함해 총 20명을 음주 운전 방지장치 국민체험단으로 선정해 예방책 마련에 힘을 실었다고 오비맥주는 전했다.

글로벌 종합주류기업 디아지오코리아는 2004년 ‘쿨 드라이버 캠페인’을 시작으로, 올해 음주 운전 근절 미니 게임을 선보이면서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음주 시 충분한 수분 섭취를 강조하는 드링크 모어 워터(Drink More Water) 캠페인을 벌였다. 과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고, 주류를 적정량 음용해 건전하고 즐거운 술자리를 보내기를 권장하는 캠페인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젊은 층 주류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과도한 음주 문화를 지양하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책임음주 인식에 대한 저변 확대와 건전한 음주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이런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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