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10~20대로 이뤄진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방정보본부에 따르면 이들 병력은 대부분 입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0대와 20대 초반의 ‘초짜’ 병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식은 24일 중앙일보를 통해 단독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련된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풋내기 병력만 파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러시아의 ‘고기 분쇄기’ 전술에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입영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군인들이 주류를 구성한 병력 구조”라며 “숙달된 베테랑 병력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오는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모두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파악된다는 게 국방정보본부의 판단이다. 북한군 징집이 17살부터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선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2005~2007년생 청소년이 상당수 포함됐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영상을 보면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체격도 왜소하고 얼굴도 앳된 거 같다”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11군단 위주라고 정부에서도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과연 그 병력인지 아니면 다른 병력을 대체해서 옷만 바꿔 입었는지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답했다.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위성이나 핵잠수함,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도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징집된 지 얼마 안 된 병력의 경우 전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통제가 수월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들 북한군을 사실상 ‘총알받이’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군 사상자는 하루 평균 1271명으로, 개전 이후 최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정부는 1차 파병된 북한군이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도 “푸틴이 자국민의 대규모 희생으로 인한 국내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용병(mercenary)에 손을 뻗었다”라며 러시아가 ‘고기 분쇄기’에 군인들을 밀어 넣는 전쟁 수행 방식을 채택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 역시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며 “김정은이 자기 인민군을 불법 침략 전쟁에 팔아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이 파병이지,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관련 행보가 체제 유지에 집착하는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NSC 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 정권이 급기야 북한 청년들을 러시아의 용병으로 명분 없는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것은 스스로 범죄 집단임을 자인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방도를 동원해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을 어떻게 갈취하고 있는지 북한 주민들에게 적절히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에 앞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규탄 및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 협력 촉구 결의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전투병 파병이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기 전 국제여론의 압박을 유도해서 파병의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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