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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변화의 기로] 지자체 스스로 주도…’상향식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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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는 지난 8월 성남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기후테크 콘퍼런스’를 열었다./사진제공=경기도

1979년 G.오델과 G.맥도날드 등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고한 뒤, 1992년이 돼서야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체결됐다. 기후변화협약은 당시 회의 참가국 178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154개국이 서명했다.

기후변화협약 주요 내용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흡수 현황에 대한 국가통계 및 정책이행에 관한 국가보고서 작성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국내 정책 수립·시행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권고 등이다.

협약을 체결한 지 3년 뒤인 1995년부터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개최하고 있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COP에서는 온실가스의 구체적 감축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교토의정서에는 선진국들은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 5.2%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이탈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논란이 지속되다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21차 COP 협약에서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국제협약이 체결됐다.

제21차 COP 협약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1993년 47번째로 협약을 체결한 한국도 COP 협약과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 균형잡힌 에너지 믹스·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

1993년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국내의 기후위기 정책은 정권마다 차이를 두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은 그린 뉴딜, 탄소중립 실천계획,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그린뉴딜 정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종합계획이다. 정부는 저탄소, 환경친화적인 경제 창출을 목표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이뤄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한 필요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표적인 예가 신재생에너지, 녹색건설, 친환경 교통수단 등을 추진하는 저탄소 경제 정책이다.

탄소중립 실천 계획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담겨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전체 에너지 생산 비율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상반된 기후위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줄였다. 

대신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화를 통한 균형잡힌 에너지 믹스와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도록 정책 방향을 바꿨다.

또 개발사업을 위해 일부 국립공원의 보호 지역을 해제하는 한편,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백지화되면서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이상기후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 가능한 적응 인프라를 확대해 건강·농수산·자연환경의 변화와 위기를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지상관측망, 위성을 활용한 입체적 감시체계 강화와 홍수 예보시스템 개선을 통해 극한 기후에 대응하고,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부담 경감(단열개선 사업, 물품 지원 등)과 ICT 위급상황 모니터링 등으로 보건복지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연구개발특구를 탄소중립 전진기지로 조성하고, 이차전지, 반도체 등 저탄소 소재·부품·장비·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한다. 아울러 지속가능연계채권 등 녹색금융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중앙 주도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스스로 주도하는 ‘상향식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 체계’를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지자체 기본계획 수립, 탄소중립 지원센터 확대, 탄소중립도시 조성, 지역 온실가스 통계 정확도 제고 등을 통해 지자체의 역량과 기반을 강화하고, 성과 공유·확산을 위한 중앙-지역간 소통·협력 채널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기본계획 정책과제가 효과적으로 추진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5년간 약 89조9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 개발(산업 부문),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건물 부문),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 지원(수송 부문) 등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5년간 54조6000억원을 투입한단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도 기후적응 분야에 19.4조원, 녹색산업 성장에 6.5조원이 향후 5년간 투입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 독일 한 석탄화력발전소. /연합뉴스
▲ 독일 한 석탄화력발전소. /연합뉴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전년보다 늘어 ‘12조’

최근 정부는 국회에 2025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기금운영안 포함)을 제출했다. 2023년 정부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발표한 이후 세번째다.

정부의 2025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에 의하면 사업수는 2024년(294개) 보다 17개가 증가한 311개로 예산은 12조526억원에 이른다. 예산 규모로만 봤을때 2024년(10조8776억원) 보다 10.8%증가했다.

정부의 2025년도 지출안 대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이 차지하는 비율은 1.78%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발표 첫해인 지난해 1.86%보다는 0.08%p 낮은 규모다.

공공재정 혁신방안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나라살림연구소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에 실린 세부 사업 중 실제 감축에 관여하는 감축예산은 10조2828억원으로 확인됐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정량화할 수 있는 정량사업은 83개, 6조3170억원 규모였다. 감축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정성사업은 82개 3조7159억원 규모, 감축 예산은 2조8508억원이었다. 

기술 및 연구 상용화 시에 감축효과가 발생하는 R&D사업은 146개, 2조197억 원 규모이며, 감축예산은 1조5829억 원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19개 사업 4조3643억원(감축예산 4조8150억 원)으로 정부 부처 중 예산 규모가 가장 컸다. 그 뒤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순이었다. 

산자부는 52개 사업, 2조2367억 원(감축예산 1조8770억 원)이었다. 기후대응기금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135개 사업, 2조2761억 원(감축예산 2초1950억 원)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2025년도 83개 정량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예상량은 433억4000톤CO2eq다. 정부는 2030년까지 누적감추량이 2144억9000톤CO2eq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지출안 대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비중(23년 1.86%→25년 1.78%) 및 감축예산 비중(23년 1.55%→25년 1.52%)이 시행 첫해인 23년보다 감소하거나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며 “정부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역행하는 면피성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제출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면피성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작성 및 운용에서 벗어나 국가 재정이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에 미치는 총체적인 영향을 제시하고, 온실가스 감축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이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추진계획과 실효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인천대공원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대공원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사진제공=인천시

▲지자체, 지역 실정 맞는 기후위기 정책 개발 중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여건에 맞는 기후위기 정책 발굴 중이다.

경기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해 8개 분야 28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30% 달성을 위한 4개 분야 13개 과제를 확정한 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도는 올해 9개 분야별 중점 추진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본예산에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도 도입했다.

서울시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서울’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 4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 지난 7월에는 기후예산제 운영 조례를 도입하고 자치구와 협력체계 강화 및 시민참여 정책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 개발 및 확충 △1회용품 없는 친환경 생활문화 정착 △종량제 생활폐기물 집중 감량 추진 △편리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스템 구축 및 자원화 △서울 광역화회수시설 신규 건립 추진 △생활공해로부터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등 서울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도 기후위기 가속화로 새롭게 재편되는 탄소중립 경제질서와 탈탄소 경제 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형 2045 탄소중립 전략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로드맵에는 △부문별 탄소중립 감축사업 이행(7개 부문 154개 감축사업) △인천시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와 미래준비특별위원회 운영 △연차별 탄소중립 및 적응대책 세부 추진 이행평가 실시 등이 담겨 있다.

충청남도는 탄소중립의 지속적 유지(Net Zero)를 위한 ‘에너지, 경제·산업, 사회’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22년 ‘탄소중립경제 특별도 선포식’을 가졌다. 

또 충남도는 탄소중립경제 관련 기업지원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탄소중립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와 함께 석탁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부터 5년간 기금 100억원을 조성해 △지역업체 에너지 효율 개선 △에너지 자립 마을 발굴 및 조성 △수소차 특별보급 사업 △지역 에너지 신산업센터 구축 △석탄화력발전 노동자 역량강화 지원 사업 △해상풍력단지 환경영향 조사 등을 하고 있다.

전라남도도 지난 2021년 ‘2050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2017년 9200만t이었던 전남도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5%(2800t)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2033년까지 30조원을 투입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인천일보 김혜진 기자,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기자, 태안신문 김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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