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산책을 나갔다 실종된 미국의 한 70대 여성이 나흘만에 구조됐다. 가슴 위로 올라간 부부의 반려견이 아내의 체온을 유지해준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 시각) WFIE · 뉴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7일 미국 메인주 워싱턴 카운티의 한 숲에서 여성 A씨(72)가 구조됐다. 안타깝게도 그의 남편인 B씨(82)는 180m 떨어진 곳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따르면 당시 부부가 키우던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루시’가 A씨 가슴 위로 올라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개는 그를 보호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의 가슴 위에 누워 있었다”며 “그 덕에 밤에도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나흘 전 하이킹을 위해 자택 인근 숲으로 나섰다. 하이킹 도중 B씨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산길을 벗어나면서 일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가벼운 하이킹이라는 생각에 휴대전화마저 집에 놓고 나왔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다리를 다치지 않은 A씨는 인근을 헤매며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길을 찾지 못하고 인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며칠째 현관 앞에 놓인 짐을 치우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색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부부가 집 안에서 사망한 것으로 여겼으나, 부부가 키우던 반려견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경찰은 헬기를 띄워 숲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다.
실종 나흘만에 발견된 A씨는 심각한 저체온증을 앓고 있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경찰에 “수색기가 다섯 번이나 머리 위를 지나는 것을 들으면서 발견될 희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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