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문보경 우는 거 꼴보기 싫었다.”
2023년 2월이었다. LG 트윈스의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를 취재했다. 당시 타격코치로 일하던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의 얘기를 1년8개월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때 이호준 감독은, 문보경의 타격훈련을 지도하다 위와 같이 솔직한 감정을 표했다.
간략히 돌아보자. 2022년 10월27일, LG와 키움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3차전. 시리즈 스코어 1승1패.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아주 중요한 경기. LG는 4-6으로 뒤진 8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당시 LG 감독이던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문보경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문보경의 번트는 떴다.
여기서 2020년대 포스트시즌 명장면 베스트5에 들어가는 호수비가 나왔다. 키움 우완 김재웅(상무)이 문보경의 번트를 다이빙캐치로 처리했다. 이후 재빨리 일어나 몸을 뒤로 돌려 2루에 송구, 아웃카운트 2개를 한꺼번에 올렸다. LG는 이후 역전패하며 3차전을 내줬다. 결국 4차전마저 내주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문보경은 번트 실패 직후 팀에 너무 미안한 나머지 덕아웃으로 돌아가 눈물을 흘렸다. 타격코치 신분으로 덕아웃을 지키던 이호준 감독은 문보경의 그 모습을 좋게 보지 않았다. 당시 “번트 한번 실패할 수도 있지. 유니폼을 입으면 야구에 완전히 미쳐야 한다. 약해 보이면 안 된다”라고 했다. 문보경은 이호준 코치에게 한 소리를 듣고 2년간 폭풍성장, LG 4번타자가 됐다.
NC는 그런 야구관을 갖고 있는 야구인 이호준을 높게 평가했다. 22일 3년 최대 14억원에 4대 감독으로 영입했다. 이호준 감독의 야구관이 변하지 않았다면, NC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조금 짐작할 수 있다.
이호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카리스마 넘쳤다. 리더십이 있었다. SK 와이번스와 NC에서 최고참으로 뛰던 시절 덕아웃의 정신적 지주였다. 후배들에게 때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때로는 격려하며 팀을 하나로 끌고 나가는 힘이 있었다.
타격코치로 변신, NC와 LG에서 성장을 유도한 타자가 여럿이다. 누구보다 NC의 운영철학을 잘 아는 지도자다. 이호준 감독은 22일 전화통화서 현재 NC는 외부에서 FA를 영입하는 것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부상방지를 통한 뎁스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호준 감독은 “젊은 선수들 중에서 좋은 선수가 많이 있다. 팀이 계속해서 강팀이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 선수들의 성장을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본래 시간대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몫이다. 능력 있는 선수가 많다. 공격적인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젊은 선수 개개인을 강인하게 만드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코치들이 담당한다. 그러나 멘탈과 마인드는 감독의 역할과 방향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1년8개월 전 그 생각과 감정이 바뀌지 않았다면, NC 선수들도 타 구단에 약해 보이지 않는, 강인한 선수가 되길 주문할 것이다.
NC가 이호준 감독과 함께 새로운 야구를 꿈꾼다. 2025시즌 이호준표 공격야구, 나아가 상남자 야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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