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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마스터 기강 잡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 처절한 6시간의 ‘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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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투가 넌 최고였어… /인게임 캡처
리그 오브 레전드 상위 0.4% 마스터 티어, 어디 가서도 게임 잘 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실력이다. 스스로도 어떤 게임이든 감만 잡으면 남다른 솜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TCBT를 앞두고는 자신감이 약간 부족했다. 평소 콘솔 기기를 제대로 다뤄본 적 없고, 소울라이크 게임 경험도 전무하다.

이번 테스트는 콘솔로만 진행할 수 있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까지 진행된 테스트에서 카잔이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소문을 접했기에 긴장감은 더 커졌다.

그리고 예상처럼 카잔은 만만치 않았다. 카잔에 굴복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생소한 장르의 게임을 익숙지 않은 콘솔로 하다 보니 어이없고 황당한 조작 실수도 많이 나왔고 진행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튜토리얼 보스 잡기도 어렵다. /인게임 캡처
어라? /인게임 캡처

길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려 같은 길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돌기도 했다. 이동하다가 예상치 못한 함정이 나와 어이없게 죽기도 했다.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만 보스전도 아니고 이동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진짜 무섭게 생겼네. /인게임 캡처
가장 큰 문제는 전투였다. 카잔에 굴복했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최종 보스도 아닌 이름도 없는 간부급 몬스터한테 쩔쩔매며 패배의 경험을 맛봤기 때문.

설산에 있는 동굴에서 덩치 큰 불곰을 만났는데, 이 몬스터를 잡는 데 1시간을 투자했다. 공격 타이밍을 맞추기도 어려웠고 실수로 한 대라도 맞으면 그 대미지가 살벌했다.
죄송합니다 그만 쫓아와주세요. /인게임 캡처
아무리 도전해도 클리어 견적이 보이지 않아 약간의 ‘편법’을 썼다. 카잔의 적들은 한 번 플레이어를 인식하면 계속 따라온다. 그리고 적들은 아군이 아니기에 같은 공간에 있으면 플레이어를 무시하고 서로 싸운다.

그래서 중간 보스의 둥지 입구에 있는 병정 하나를 데리고 곰의 본거지로 찾아갔다. 의도치 않은 불청객이 오자 불곰은 크게 화난 듯 병정과 일기토를 벌였다.
미안하지만 인생은 실전이야 곰아. /인게임 캡처
그렇게 불곰이 병정과 놀고 있는 사이에 얍삽하게 뒤를 노리며 불곰을 잡아낼 수 있었다. 편법을 사용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약간 상하기도 했지만 게임 클리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예투가? 그 놈은 우리 사천왕 중 최약체지. /인게임 캡처
겨우겨우 도착한 보스전은 새로운 좌절감을 안겼다. 튜토리얼에 가까운 첫 스테이지 보스 예투가에게 쩔쩔매며 죽음을 반복하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롤 상위 0.4%라는 화려한 업적은 ‘예투가’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죽음은 반복되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도르마무를 상대하러가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기분이 이랬을까?
그런데도 게임패드를 놓을 수 없었다. 게임 그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 적의 패턴을 학습하며 그에 맞는 최선에 대응이 필요한 보스전, 집중력을 요구하고 적당한 난이도가 있어 클리어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문제는 난이도다. 콘솔이나 비슷한 장르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적절한 난이도라고 느껴질 수 있으나, 입문자에게는 상당한 난관이었다.
어? 분명히 피했… /인게임 캡처
일단 회피의 조작감이 불편했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피하는 게 아니라 0.3초 정도 ‘멈칫’하고 회피하는 느낌이었다. 타이밍 맞게 회피한 것 같아도 공격을 맞는 경험이 반복됐다.

적의 공격을 피하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싶었으나 계속해서 회피에 실패하고 ‘이걸 맞는다고?’ 같은 경험을 반복한 후에는 회피보다는 가드 위주로 공략을 이어가기로 했다.
좀처럼 타이밍을 잡을 수 없던 패턴. /인게임 캡처
그런데 가드를 반복하면 스태미나 관리가 쉽지 않다. 만약 회피 판정을 조금 더 널널하게 해주거나 스태미나 관리를 여유롭게 해줬다면 수월한 공략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입문자들이 게임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게 하는 배려도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카잔은 가혹했다.

물론 가혹하다고 해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저 계속 도전하고, 패턴을 분석하고, 스스로 피드백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처절한 혈투 끝에 가까스로 예투가를 잡아냈다.

오랜 도전 끝에 예투가를 잡아낸 것은 짜릿했지만, 이게 겨우 첫 번째 보스라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다음 보스에 도전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예투가를 잡고난 후,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인게임 캡처
예투가를 잡고 창문을 보니 밝았던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플스가 사무실에 있다 보니 의도치 않은 야근을 해버렸다. 게임을 키고 예투가를 잡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6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강한 중독성을 가진 작품에 ‘타임머신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하는데, 카잔도 그 반열에 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TCBT 카잔과의 대결은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다. 상위 0.4% 유저라는 자부심으로 그간 괜히 우쭐해하진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물론 이번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기기도 익숙지 않았다는 핸디캡이 있었다. 카잔과 다시 대결을 벌이게 된다면 그때는 이번과 다른 컨트롤을 보여주리라 다짐해 본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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