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산업재해로 인정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자체조사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1~8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 인정 건수는 129건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재가 인정된 건수는▲2019년 20건 ▲2020년 72건 ▲2021년 131건 ▲2022년 138건 ▲지난해 18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노동자가 사망한 경우도 29건이나 있었다. 이 중 산재로 인정된 사례는 16건으로 조사됐다.
사용자나 그 친족이 노동자를 직접 괴롭혀 과태료 처분까지 받은 경우도 최근 3년간 476건에 달했다. 피해노동자는 527명으로 집계됐다.
사용자 괴롭힘 유형 중 가장 많은 사유는 ▲폭언(322건)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부당인사조치(128건) ▲험담 및 따돌림(46건) ▲사적 용무지시(41건) ▲업무 미부여(32건) 순이었다. 괴롭힘 유형을 특정하기 어려운 ‘기타’ 사유도 154건이나 됐다.
현행법상 직장 내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에게 괴롭힘을 해도 과태료나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피해노동자가 사용자에게 괴롭힘 피해사실을 신고하면 사용자가 직장 내 자체조사를 한 후,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할 의무만 있다.
다만 사용자가 직접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노동부가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사용자등이 직접 괴롭힘을 한 경우에도 직장 내 자체조사가 사용자로부터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가 예외 없이 조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어, 사용자 직접 괴롭힘의 경우 가해자가 ‘셀프 조사’를 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노동부는 내부적으로 마련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을 통해 근로감독관 병행 조사 실시를 가능하게 했으나, 법률상 조사의무의 직접 수범자는 여전히 사용자로 돼 있어 자체조사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전필민 사무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노동부 내부 지침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사업장, 즉 회사에게 조사를 권고한 뒤 그 조사가 문제가 있을 경우 직접 조사에 나선다”며 “이런 경우 갈등 양상이 회사와 피해자 구도로 확산되며 개인이 아닌 회사가 직장에 괴롭힘 사실을 알리면서 또 다른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청에서는 해당 문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이 같은 지침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괴롭힘을 셀프 조사한다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져야 할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사용자에 의한 괴롭힘의 경우, 가해자가 셀프 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조사주체에서 사용자를 배제해야 한다”면서 “오는 11월 중 사용자의 셀프 조사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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