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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편집국장 ‘돌봄휴직 반려’ 사과, 구성원 99명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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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한겨레 사측이 자사 기자의 가족돌봄휴직 신청에 간병계획과 순번 등 증빙을 요구하며 반려한 조처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편집국 노동 담당 데스크들의 앞선 유감 표명과, 이어진 구성원 90여 명의 연판장 등 내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지난 18일 전 사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돌보기에도 힘이 부칠 A 조합원이 저의 증빙자료 제출 요구로 인해 상처 입으신 점 사과드린다”며 “구성원들께 심려를 끼친 것 역시 사과 드린다”고 했다.

이 국장은 국장단의 반려 조치가 “인사위원회에서 돌봄 휴직이 순조롭게 승인되려면 인사위에 앞서 좀더 구체적인 소명을 추가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시어머니의 건강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개인사정휴직을 이어서 쓸 수도 있다는 말을 해당 부서장에게 전한 상태였기에 그랬다”고 했다. 이 국장은 “돌봄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주요하게 보도해온 한겨레의 정체성이 이번 일로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는 구성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이 국장은 “노동조합을 통한 A 조합원의 입장과 사내 구성원들의 문제제기를 다시 살펴보니, A 조합원으로서는 이런 보완 요청이 부당하게 느껴졌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가족회의록이나 간병계획서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으나, 본인으로선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가족회의‘록’이나 불필요한 계획‘서’를 증빙하라는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구성원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깊이 고민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국장의 사과문이 나온 뒤인 21일 한겨레 기자직과 경영직을 비롯한 구성원들 사이에 국장단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연판장이 공유됐다. 22일 오전 현재 99명의 구성원이 연명했다.

한겨레 구성원 99명은 “이주현 국장과 부국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A 조합원에게 공개 사과하시라. 아울러 앞으로 관리자가 임의로 부적절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위원회가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의 사과를 두고선 “정작 당사자는 국장단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전해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겨레 지난 5월12일 보도
▲한겨레 지난 5월12일 보도

연명한 구성원들은 성명에서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어느 언론사보다 노동자 권리와 돌봄의 중요성을 보도했던 한겨레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은 한겨레가 추구해 온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이런 선례가 마치 원칙처럼 굳어져 앞으로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하는 구성원이 자신을 검열하거나 과도한 증빙 요구에 시달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장단의 ‘간병인과의 돌봄 분담 계획’이나 ‘가족회의 내용 증빙’ 서류 등 요구가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이자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가족돌봄 휴직을 시댁으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주현 국장의 (노보에 밝힌) 설명은 두 눈을 의심케 한다”며 “남녀고용평등법상 가족돌봄휴직의 돌봄 대상자에는 ‘배우자의 부모’가 포함됐다. 시댁이란 이유로 더 과도한 수준의 증빙자료를 요구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앞으로 돌봄휴직은 휴직자 1인이 ‘24시간 전담’해 ‘온 가족을 대표’해서 가족을 돌보는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느냐”며 “‘증명할 수 없는’ 의심과 불신이 정말 이 사건의 본질인가”라고도 했다.

노동 담당 데스크 “어떤 기준으로 데스킹할지 자괴감”

앞서 지난 17일엔 편집국 노동 담당 팀장과 부장이 회사의 돌봄휴직 관련한 조처에 유감을 표하는 의견을 노조 게시판에 밝혔다. 한겨레 노동 담당 팀장은 “회사가 결재과정에서 요구한 소명자료는 판례와 노동부 행정해석·지침에 비춰 과도하다”며 “육아휴직이 휴직기간 내내 육아에만 전념하라고 만들어진 제도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가족돌봄휴직 역시 해당 가족과 동거하면서 돌봄에만 전념하라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겨레 사회정책부장은 다음날 “지난 5월12일 사회정책부는 「고관절 부러진 70대 어머니…돌봄휴직 신청하니 “간병인 써라”」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으로 내보내고, 5월13일치 지면에도 실었다”며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한겨레는 어떤 기준으로 기사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저는 어떤 내용으로 기사 작성 지시를 할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 이 국장의 사과문이 나왔다. 

앞서 한겨레 기자 A씨는 지난달 의식불명인 시어머니 간병을 위해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다. 인사팀 안내에 따라 시어머니의 진단서와 입원서류, 가족관계 증명서류를 갖추고, 남편의 직업(군인)과 어머니의 급작스런 병환으로 인한 우울증세 때문에 본인이 간병하기로 했다고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편집국 국장단 선에서 반려됐다.

국장단은 지난달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기자에게 돌봄 대상이 시부모라는 이유로 △형제자매 간병 순번과 기간 △가족회의를 연 형제자매 △어떻게 대구 병원 현지와 거주지를 오갈지 △간병인 구체적 업무 분담을 추가 설명하고 각 사항을 증빙하라고 보완 요구했다. 한겨레지부는 노보를 통해 이를 알리고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요구”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휴직 승인을 결정하는 한겨레 인사위원회는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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