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개, 고양이, 앵무새 등 반려동물은 단순 애완동물을 넘어 삶의 동반자가 되는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이 28.2%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이야기가 있듯, 모든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던 사업이 바로 ‘동물카페’다. 반려동물을 키울 환경이 안 되는 방문자들은 카페를 찾아 동물들을 만난다. 뿐만 아니라 라쿤, 이구아나, 사막여우, 미어캣 등 새로운 동물과 교감을 원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동물카페는 야생동물 유기 문제의 주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키우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최근 라쿤, 미어캣 등 동물카페서 살던 야생동물들이 정부 산하 보호시설들로 들어오는 이유는 ‘법적’ 문제가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 야생동물카페, 동물원법 충족 어려워… 유기동물 증가 우려
야생동물들이 동물카페를 떠나는 주원인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개정 법률’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개정 법률’ 때문이다. 흔히 ‘동물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들은 지난해 12월 13일 개정 후, 14일부터 시행됐다.
동물원법 개정안은 △동물원·수족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허가 취소 및 영업 정지 관련 규정 신설 △동물원·수족관의 허가 및 점검 담당 전문 검사관 도입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행위 금지 △동물원·수족관 관리 강화 △시설 개방 및 휴·폐원 기준 강화 △동물원·수족관 관리 역량 강화 등 7가지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원,수족관으로 등록(허가)되지 않은 시설에서 동물 전시 금지 △야생동물 수입 실적 등 정보 관리 강화 △야생동물 수입 실적 등 정보 관리 강화 △야생동물 운송 시, 준수사항 신설 등 4가지 조항으로 이뤄졌다. 이중 법률 제8조3인 동물원·수족관 외 시설의 야생동물 전시금지 조항은 지난해 신설됐다.
이 법안들의 공통된 목적은 동물권의 보장이다. 현행 규정상 동물원 및 수족관은 최소 등록기준 충족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하다. 때문에 사람과 동물의 질병·안전관리에 취약하다. 또한 상업적 목적에 치중한 만큼 일부 소규모 동물원과 수족관, 동물카페에선 운영·관리상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이 강화됐다는 것은 곧 동물카페 등 소규모 동물 사육시설 운영의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시사위크’에서 동물카페 운영자들을 만나본 결과, 한 곳당 평균 창업 비용은 7~8,000만원 수준. 직원 2~3명 고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때 동물원법이 지정한 수의사 등 ‘담당 전문 검사관’을 고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동물카페 주 수익은 라쿤, 미어캣, 카피바라 등 귀여운 동물과 방문 고객의 교감이다. 이는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이벤트를 의미한다. 동물원법 개정안에서 금지하는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행위’가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동물카페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얻을 곳도,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도 마땅치 않는 상황인 셈이다.
방남식 국립생태원 유기외래동물부 부장은 “동물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야생동물들의 안전, 국내 생태계 보호 관점에서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해당 법안의 적용 후 동물카페, 사육시설 등의 유기동물 발생 증가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사육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 생태계에 누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국립생태원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과 같은 장소의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4년 내 유기동물 2,000마리 예상… 시설·보호의식 증진 필요
이 같은 상황에서 대책으로 마련된 공간이 바로 ‘국립생태원 유기야생동물보호시설’이다. 지난 2022년 11월 착공을 시작, 올해 4월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본원 내부에 문을 열었다. 해당 사업 목적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행하는 사업’으로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동물원법 및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 후 유기 또는 방치될 우려가 있는 야생동물의 관리를 위해 보호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이 보호시설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해당 시설 내 수용 가능한 동물은 총 400여마리다. 이때 2021년 환경부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국서 동물원법 및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만족하지 못하는 야생동물카페는 약 240여 곳. 이 카페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된다면 약 2,000여마리의 동물이 집을 잃게 된다. 국립생태원이 수용가능한 동물 수의 4배가 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카페에서만 유기 야생동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반달가슴곰’ 등 야생동물 사육시설도 동물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시설이다. 1985년 정부는 곰 사육을 농가에 장려했으나 이후 불법증식, 멸종위기종 보호 등을 이유로 사실상 사실상 사장된 사업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제대로 사육이 되지 못해 방치된 반달곰은 현재 300여마리에 이른다.
국립생태원은 현재 ‘반달곰 생츄어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5년 서천군에 완공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생츄어리는 약 10만㎡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자연환경과 유사하게 조성된 생츄어리에서 사육 반달곰들은 여생을 보내게 될 예정이다.
아울러 새로운 외래 야생동물 유입도 주의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프리카 왕도마뱀, 하이에나, 옥수수뱀 등 특이한 야생반려동물을 반입해 키우다 유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경북 영주시 하천에 악어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이를 포획한 결과 사바나 왕도마뱀이었다. 당시 영주소방서는 희귀 반려동물로 키워지다 버려진 것으로 추정했다.
방남식 부장은 “희귀 야생동물을 진정한 반려대상으로써가 아닌, ‘내가 이런 걸 기르는 사람이야’라는 식의 과시욕으로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애정이 없이 동물을 기르는 만큼 유기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이에나, 왕도마뱀 등 희귀 야생동물의 경우 일반 반려동물에 비해 더욱 관리가 어려운 만큼 전문적 지식과 애정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며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면 애초에 이들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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